[집중분석/인도-파키스탄]
1947년 영국서 분리·독립후 여러차례 전쟁 치른 두 나라
핵탄두 보유 수 각각 172개와 170개로 거의 비슷한 수준
인도 인더스강 지류 강물 차단에 파키스탄 핵 공격 위협
50개 핵탄두 보유 북한, 한국 독자적 핵 억지력 확보 시급
1970년 NPT가 발효된 후 최초로 핵실험을 한 나라가 인도(1974년)다. 인도는 NPT 체제 합류를 거부해오다 핵 개발을 했다. 인도가 이웃한 파키스탄과의 갈등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경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도 상당 부분 고려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후 인도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핵 활동을 자제해오다 파키스탄이 핵무장을 추진하자 1998년 2차 핵실험에 성공했다. 비밀리에 핵 개발을 하던 파키스탄도 같은 해 두차례 핵실험을 했다. 이후에도 양국은 핵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군비경쟁을 계속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분류한다. NPT 비가입국인 이들 3국은 처음엔 핵보유국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핵 보유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밖에 핵보유국 논란이 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추진에 반발해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2003년 1월 최종 탈퇴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해 6월 공개한 '2024년도 연감'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탄두 보유 수가 각각 172개와 170개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 수는 50개로 추산됐다.
▶오판, 우발적 판단 가능성 상존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군사 충돌에 세계가 긴장하는 것은 두 나라가 비공인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후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던 두 나라는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가 시발이 돼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을 정도로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무력 충돌이 통제 불능 상태로 확산할 경우 언제든 핵무기 사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인도가 지난 6일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강물을 차단하자 파키스탄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핵무기 보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핵전쟁의 위험성을 억제한다고 본다. 바로 핵억지력이다. 핵보유국 간에는 치명적인 핵 보복 가능성 때문에 서로 핵무기 사용에 대한 강한 억지력이 작용한다. 상대방의 보복 공격을 우려해 핵 선제공격을 단념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오판이나 우발적 상황에서 한쪽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미국의 대북 억지력 약화 우려
핵억지력은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북한은 미국의 침략에 대한 자위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핵 능력을 개발해왔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지력(핵우산)에 기반한 대북 핵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핵무기와 전략자산을 동원해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고, 필요시 보복을 약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의 대북 억지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미국이 본토 위협 억제에 치중하면서 동맹국 방어가 상대적으로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3월 공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는 미군의 최우선 과제로 '미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를 명시하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미국의 확장억제를 기반으로 한 확고한 대북 억지력이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 유연한 협상 전략을 바탕으로 한미 간 확장억제를 제도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독자적인 핵 억지력 확보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완화하는 길을 모색해야 함은 물론이다. 북핵 위협을 직접 받는 우리나라 스스로가 국가안보를 확고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