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CEO "수십조달러 자금 관망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금융기관들의 미국 증시 전망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야데니리서치는 전날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휴전' 발표 이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주가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6,000에서 6,500으로 올렸다.

야데니리서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 연말 S&P500 목표가를 7,000으로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지난 3월부터 2차례에 걸쳐 목표가를 내린 바 있다.

골드만삭스도 전날 S&P 500의 연말 목표가를 5,900에서 6,100으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작년까지만 해도 올 연말 S&P500 목표가를 6,500으로 봤지만, 지난 3월부터 2차례 낮춰잡았다가 9일 5,900으로 올린 상태였다.

금융기관들은 시장 전망치를 수정하기를 꺼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책이 완전히 뒤집어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창업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는 빈도만큼 전망을 바꾸겠다고 고객들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미 증시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감세와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 속에 랠리를 펼쳤지만, 올해 정부 출범 후 전방위적인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과 침체 우려가 부각되며 약세를 보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율을 145%로 끌어올렸으며, 중국도 미국에 125%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악화 일로를 걷던 미중 관계는 지난 주말 스위스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 끝에 지난 12일 양측이 서로에 대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내리기로 하면서 '휴전'에 들어간 상태다.

S&P500은 이날 0.72% 상승한 5,886.55로 거래를 마감, 올해 연간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행사에서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무역전쟁 우려 속에 수십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현금성 자산 형태로 관망 중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는 "유럽 은행 계좌에 12조 유로(약 1경9천조원)가 있고 미국에서는 머니마켓펀드(MMF)에 11조 달러(약 1경5천조원)가 있다"면서 "불확실성이 있으면 사람들이 더 많은 자금을 현금으로 보관하려 하며 지금이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