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찰청 폐지 '속도전'…검찰은 지휘부 공백 속 대응력 약화·우려감 팽배

전문가들 "부작용 없게 철저 준비"…검찰청 폐지·보완수사권·직접수사권 '핵심'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수사·기소 분리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검찰청에서 직접수사 기능을 제외한 기소청 또는 공소청 체제로의 전환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기소를 위해 수사하는 나쁜 사례가,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긴 시간 동안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을 두고 시간을 끌수록 현행 형사사법 체계의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석 달 남은 추석 전까지 검찰청을 폐지·해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그때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한 것은 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방향성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일각에서는 충분한 검토 없이 제도 변경이 앞서면 예상하지 못한 국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지휘부 공백 속에 체계적 대응은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공소청 신설·중대범죄수사청 신설·국가수사위원회 신설 법안)에 대해 "형사사법 제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결국 국회 과반을 차지한 여권의 의도대로 입법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수사와 기소 분리 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은 크게 3가지로 거론된다. 검찰청 폐지, 보완수사권 폐지, 직접수사권 전면폐지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3가지가 한꺼번에 이뤄질 경우 자칫 수사 공백이나 법 체계상 정합성 부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각급 검찰청을 이끄는 검찰총장이 헌법에 규정된 점도 거론된다. 검찰청은 행정부의 외청이지만 검찰을 이끄는 최고위 검사는 다른 기관과 달리 '청장'이 아닌 '검찰총장'으로 명명된다. 단독관청인 검사가 모인 검찰청을 이끄는 검사들의 장이 검사장이고, 이들 검사장을 지휘하는 조직 총수라는 의미에서 검찰총장이 규정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행 법체계에 따라 '검찰' 폐지가 단순한 수사기관 해체나 폐지와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검찰개혁이 속도전으로 추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민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대원칙 속에 법적 정합성이 맞게, 법적 공백이나 미비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의 '추석 전 얼개'론은 이런 점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은 변함이 없고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당이 강조하는 속도전을 로드맵에 따라 국회의 결단에 의해 실행하지만, 디테일에서는 미비점이나 혼란이 분출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실행돼야 한다는 의중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큰 틀에서 여당 당권 주자들이 내세운 모토에 수긍을 표하며 '수사 기소 분리' 원칙론을 확인하면서도 법조인 출신으로 법조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정성호 법무장관 후보자의 언급처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종합해 개혁을 완성해 가야 한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적지 않다.

이진동 전 대검찰청 차장은 전날 내부망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법조인으로서 아무리 고민해봐도 수사·기소 분리는 논리적·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퇴임사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옳은 길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 및 보완수사 기능까지 사라지면 문재인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불거진 수사 지연, 책임 회피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 정치인에 대한 수사권 오남용 사례를 이유로 전체 검찰 권한을 축소하면 민생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해 범죄자들이 이득을 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검사의 권한이 축소되고 위상이 떨어지면 유능한 인력이 변호사 시장 등으로 빠져나가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휘부가 모두 사표를 내고 떠난 검찰로선 정부·여당의 개혁 움직임에 대응할 구심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력한 데다, 일부 '정치 수사' 논란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하된 상황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개혁은 피할 수 없으리라는 분위기도 일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형사사법 체계 재편 과정에서 국민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국민 가운데 한 번이라도 고소했다든가 고소를 당해본 사람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아예 폐지하면) 수사가 더 제대로 안 될 텐데'라는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최근 몇 년간에 대한 평가라도 한 번 제대로 한 뒤에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소 여부를 판단하려면) 수사를 보완해야 하는 사건이 분명히 생길 수밖에 없는데 4대 개혁 법안은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다루지 않고 있다"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검찰의 수사감독권·보완수사권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기득권의 저항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초반에 서둘러서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설되는 국가수사위원회가 국민의 편에서 수사권 오남용을 잘 통제할 수 있을 것인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한 검찰 수사관들을 누가 지휘할 것인지 등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법률만 붙잡고 있을 일이 아니고 수사기관별로 분야별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momen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