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처음엔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최근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12·3 비상계엄을 옹호했다'는 온라인 기사를 접하고 전 비서관을 현 비서관으로 잘못 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낚시성 제목'을 쓸 언론사의 기사도 아닌데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국민통합비서관 ‘내란’ 옹호

국민이 맨몸으로 비상계엄을 막아내고 대통령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탄생한 지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 대통령 비서관, 그것도 국민통합비서관으로 임명된 사람이 '내란'을 옹호한 전력이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국민이 있겠는가.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은 교수 시절이던 올해 3월 펴낸 책 '야만의 민주주의'에서 비상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야만"이라고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이라고 썼다.

▶궁색한 대통령실의 해명

이런 저서 내용에 이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과 배치되는 강 비서관의 과거 발언과 이력이 속속 드러났는데 대통령실의 초기 대응은 실망스럽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1일 "과거에 다른 생각을 했던 부분이 논란이 됐을지언정 현재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사죄하고 있고, 국민통합이라는 사명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가 어찌 됐든 현재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강 비서관이 문제의 책을 출판한 게 불과 4개월 전인데 단순한 과거의 생각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설명이라고 한 게 궁색해 보였다. 차라리 강 비서관의 상사인 경청통합수석이 나서 '보수도 아우르는 국민 통합을 위한 인사였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인사검증시스템 신뢰 훼손

결국 강 비서관은 22일 자진사퇴했다. 그의 사의를 이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이날 강 비서관의 임용 과정에서 이번 문제를 거르지 못한 것과 관련해 "검증 시스템에서 보지 못한 예상외의 문제가 발견됐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강 비서관이 지난 3월 출간한 책과 그 내용이 일으킬 후과를 검증하지 못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책 내용을 알고도 그 여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면 대통령실 인사라인의 정무 감각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이은 강 비서관 소동은 새 정부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도 실망이 크다. 정권 인수위가 없어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더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강선우 후보자 자진 사퇴
여기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겠다고 임명 강행을 시사했으나 결국 여론의 질타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2005년 장관급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현역 국회의원이 낙마한 것은 강 후보자가 처음이다. 

▶‘실수’키우다 ‘실패’될라
역대 정부를 보면 언제나 집권 초기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위기 징후로 나타났다. 위기 신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인사 실패'가 국정 초반 동력을 잃게 해 임기 내내 부담이 됐던 정부가 적잖았다. 이재명 정부는 역사에서 교훈을 찾기 바란다. 정권 교체는 대대적인 인사 쇄신이 뒤따라야 하고 그것은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실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실수였다면 빨리 인정하고 바로 잡으면 된다. 실수를 반복하거나 실수를 차일피일 키워 '실패'로 귀결되는 일이 없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