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미국 자유를 위한 순교자"…'마가 부흥회' 같았던 추모식
[뉴스해설]
균열 조짐 드러낸 '마가' 진영, 커크 사망 계기 다시 한목소리
9만명 넘게 운집, 트럼프 "싸우자"…'선과 악의 전투'로 승화
정치적 결집 넘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까지 공유 단계 진입
"커크는 미국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martyr)’다.”
31세의 나이로 암살범의 총격에 세상을 등진 청년 우파 운동가 찰리 커크의 죽음이 미국 보수진영의 재결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앞세운 보수진영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균열 조짐을 드러냈다.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격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공개적으로 다툰 끝에 결별한 데 이어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과 그에 대한 대처 방식을 놓고 공화당은 분열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공격 등 각종 국제 갈등 이슈에 대한 적극적 개입은 고립주의를 지향하는 마가 진영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커크의 죽음은 내년 중간선거 승리를 통한 정권 재창출이 당면 과제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애리조나주 교외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커크의 추모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부흥회" 같았다. 스타디움은 7만명의 지지자들로 꽉 채워졌으며 인근 시설에 모인 사람들까지 합치면 9만명이 넘었다.
지난 10일 커크가 유타밸리대학에서 연설 도중 피살된 지 11일 만에 열린 이날 추모회 참석자들은 커크를 예수, 모세, 사도 바울, 순교자 스데반 등에 비유하며 커크를 기렸다.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한 예수, '약속의 땅' 가나안을 앞에 두고 숨을 거둔 모세, 죽음으로 교회의 부흥을 이끈 스데반의 서사를 커크의 죽음과 연결지으면서 보수주의의 부활과 재결집으로 이어지기를 갈망하는 메시지로 읽혔다. 전장의 독전관처럼 "무릎 꿇느니 서서 죽자", "두려워하지 말자"고 말했다. 순례객처럼 일부는 십자가까지 메고 온 관중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손팻말로 호응했다. 마지막 연사 트럼프 대통령은 "싸우자"(fight)를 연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과 악의 전투"로 규정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커크의 추모식이 "종교 전쟁 이미지"로 그려졌다고 묘사했다.
이번 추모식은 마가 진영이 정치적 결집을 넘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까지 공유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커크와 그의 살해범을 용서한 아내 에리카가 '사랑과 포용'을 강조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추모식 연단에 오른 정치인들은 '응징'을 다짐했다.
성경에 담긴 상반된 가치가 같은 자리에서 설파됨으로써 커크의 죽음이 안긴 슬픔을 위로하는 동시에 분노를 자극함으로써 지지층의 힘을 한데 모으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커크의 죽음 이후 그가 이끌던 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지부 개설 요청이 전국에서 수만 건 쇄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