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드림호' 타고 온 中관광객 2천명, 서울시내 면세점 찾아

"'꽃다발 증정' 행사에 중국어 유창 직원 채용…K뷰티·푸드 물류공백 없이"

"10월 국경절·APEC회의로 특수기대…내년 6월까지 中관광객 100만명 더 온다"

"여행을 사랑하는 여러분, 즐거운 여행 되세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첫날인 29일. 중구 신라면세점 서울점에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환영 문구가 있는 깃발을 든 여행사 직원을 따라 면세점으로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 수십명은 직원들의 인사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들은 지난 27일 중국 톈진에서 출발한 크루즈 '드림호'를 타고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이날 오전 6시 30분 입국했다.

드림호는 승객 2천여명(승무원 제외)을 싣고 인천항으로 들어왔으며, 이 중 일부가 이날 오후 신라면세점을 찾았다.

신라면세점은 관광객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는 환영 행사를 열었다. 꽃을 받은 한 관광객은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내년 6월 전에 또 올 생각"이라면서 "이번엔 경복궁과 남산공원,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행사 직원은 "우리는 규모가 작은 곳이라 관광객을 400∼500명 정도 유치했는데, 규모가 큰 곳은 3천명도 유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도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드림호 승객 중 1천700여명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 버스 주차장 공간을 확보했고 K화장품,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중국어 안내물도 평소보다 많이 배치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명동본점을 중심으로 중국 관광객 선호 브랜드의 상품 구성을 확대했다.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프로모션을 강화했다.

지난 주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무비자 입국 절차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면서 입국이 무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관리하는 시스템과는 별도로 운영되므로 화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해당 시스템은 법무부 소속기관에서 별도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 필수 관광코스'로 떠오른 CJ올리브영, 다이소, 편의점 등도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제품을 대폭 늘리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서울 명동·홍대·강남 등 글로벌 관광 상권 매장에는 '올영 세일'에 준하는 재고를 확보했고 물류에 공백이 없도록 챙기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은 보통 스킨케어 제품을 선호해 관련 상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CU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역점 등 매장에 수요가 높은 바나나맛우유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라면, 스낵 등을 집중적으로 진열했다"고 말했다.

다이소도 명동, 홍대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매장에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K뷰티, K푸드 상품 비중을 높였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복합리조트도 이번 무비자 시행에 따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중국인 고객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식음료(F&B)를 강화했고, 중국인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통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인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앱 '위챗'을 기반으로 리조트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위챗 미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114090]는 세븐럭 카지노 영업장에 중국어 안내 문구를 추가했다.

제주도 역시 들썩이고 있다. 제주도는 기존에도 개별·단체 관광객 모두 30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지만, 서울까지 무비자 입국이 확대되면서 중국 관광객의 방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중국 VIP(브이아이피)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카지노로 유치하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비자 입국' 시행 첫날인 이날 오전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명동에는 아직 단체 관광객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오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늘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원래 월요일에는 손님이 적은데, 오늘은 중국인 손님만 20% 정도 더 오는 것 같다"며 "가게에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항상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소품 가게 직원도 "중국인이 평소보다 1.2∼1.3배 오는 것 같다"며 "오늘은 무비자 입국 첫날이니 내일부터는 손님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무비자 입국 정책 등 방한 관광 활성화 정책으로 내년 6월까지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 정도가 더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인 방한 관광객은 60만2천명이었다.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다음 달 중국인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규모 행사와 함께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선포 기념일)을 앞뒀기 때문이다. 이에 각 업체는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와 인프라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강애란 전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