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실수 잦고, 상품 절도 늘고, 관리 직원 배치까지…”
[뉴스진단]
롱비치 ‘본스’ 4개 매장 운영 중단
타겟·월마트·알디도등도 축소 결정
도난·계산 오류 등에 비용 절감 無
한인들도 자주 이용하는 그로서리 마켓 본스(Vons)가 지난 주 롱비치 시내 매장 4 곳에서 셀프 계산대 운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롱비치 시에 적용되는 조례안에 있다. 대형 식료품점과 소매점에 셀프 계산대 당 직원 2:1 비율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셀프 계산대에 1명 이상의 직원을 배치해야 하는 조례안으로 직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본스는 "차라리 일반 캐시어 계산대를 운영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본스의 셀프 계산대 운영 중단은 남가주에서 첫번째 사례다.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고 결제하는 셀프 계산대(무인 계산대)가 마켓 등 유통 기업의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셀프 계산대는 대면 접촉을 꺼리는 팬데믹 기간에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세를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계산 실수가 잦고 상품을 훔치는 도난 사례가 늘면서 셀프 계산대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반감되면서부터다.
셀프 계산대가 애초 예상대로 마켓 등 유통업체에 수익을 높여주는 효과도 불분명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서비스업체 렌딩트리의 2023년 조사 결과 셀프 계산대를 이용한 소비자 1924명 중 "고의로 바코드 스캔없이 상품을 가져간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5%였다. 응답자의 21%는 실수로 계산없이 상품을 가져갔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셀프 계산대를 줄이거나 없애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타겟은 일부 매장에서 셀프 계산대 수를 줄이고 고객이 셀프 계산대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 수를 10개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월마트도 일부 지역이지만 셀프 계산대를 줄였으며 직원을 배치해 고객의 계산 절차를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저가 그로서리 마켓인 알디도 일부 매장에서 셀프 계산대를 없애기 시작했다.
아예 셀프 계산대를 제한하는 법안마저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주 롤라 스몰우드-쿠에바스 상원 의원은 "셀프 계산대에 최소 직원 1명을 배치해야 하고 일반 캐시어 계산대도 1개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지난 8월 발의했다. 특히 신규 셀프 계산대를 설치하려면 60일 전에 직원이나 노조에 서면 통보해야 하고 위반 시 1일 1000달러씩 벌금이 부과된다.
셀프 계산대가 캐시어의 일자리를 잃게 만든다거나 시니어 고령층과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때 기업에게는 효율과 경제성을,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준다해서 인기를 끈 계산대가 골칫덩이로 전락한 형국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