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9명 이상 "미국인되는 최우선 조건 영어 능력 구사가 으뜸"
'미국 전통과 관습의 공유','기독교인','미국 출생'등보다 우선시

퓨리서치센터 보고서

  다양한 국적과 인종들이 모여 사는 미국서 진짜 미국인으로 인정받는 기준은 뭘까. 미국인들은 '진짜 미국인'의 필수 조건으로 영어 소통 능력을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퓨리서치센터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민의 92%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진짜 미국인의 최우선 조건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영어 구사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답한 층이 70%, '다소 중요하다'가 22%였다.

 퓨리서치센터는 진짜 미국민이 되기 위한 항목으로 영어 능통, 미국 전통과 관습의 공유, 기독교인, 미국 출생 등 4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응답자의 반응을 취합했다.

 결과를 보면, 영어 소통능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국 전통과 관습을 공유할 줄 알아야 진짜 미국민이라는 답이 84%로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나야 미국민'이라는 답은 55%에 불과했다. 진짜 미국민의 조건으로 미국 태생이라는 사실이 '아주 중요하다'는 답은 32%, '다소 중요하다'는 23%였다.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를 미국민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원정출산, 부모의 파견 근무 등으로 미국에서만 태어났을 뿐 다른 나라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많아 출생지만으로는 진짜 미국민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 성향에 따라서 미국인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에도 차이가 났다. 민주당 지지자(61%)와 무당파(67%)보다도 공화당 지지자(83%)의 절대다수가 영어 능통을 미국민의 선결 조건이라고 봤다. 미국민의 관습과 전통 공유, 기독교인 항목을 미국민의 조건으로 택한 공화당 지지자의 비율도 민주당 또는 무당파 지지자보다 훨씬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으로 '이민자의 나라, 멜팅팟'이라는 미국의 기존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이 '영어를 잘해야 진짜 미국인'이라는 조사 결과와 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것이 꼭 우연만은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