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미국 부동산 

[이슈진단]

미국과 한국간 부동산 '교차 투자' 활발 지난해 사상 최대치 증가
한국 투자자, 미국 주요 도시에 유명 기업이 입주한 건물 사들여
미국 투자자, 당장 수익률 낮아도 리모델링등으로 건물 가치올려

 
#1. KTB자산운용은 지난 13일 미국 뉴욕에서 컨설팅 회사 PD프로퍼티스와 공동으로, 한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현지 고층 빌딩 두 곳에 대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KTB는 작년 11월과 올해 2월 뉴욕 빌딩에 각각 1100억원과 800억원을 투자했고, 이번이 3·4호 투자처다.

#2. 미국계 투자기업 인베스코는 작년 초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유림빌딩과 삼성생명 동교동점 빌딩을 각각 485억원과 592억원에 사들였다. 인베스코는 저(低)층부를 오피스에서 상가로 바꾸고 맛집과 유명 카페를 잇달아 입점시켰다. 이로 인해 해당 층의 임대 수익이 2배 이상 높아지면서, 건물 가치도 올랐다.

 한국 자금은 미국 부동산으로, 미국 자금은 한국 부동산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2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해외 부동산·임대업에 송금된 투자금은 60억9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10억3000만달러)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배 급등했다.

 동시에 지난해 서울시내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액(7조2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3조3000억원)가 미국 자금을 비롯한 외국계 자금이었다. 이 역시 사상 최대치였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과 미국간 '교차 투자'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저금리로 시중에 투자처를 찾는 유동자금이 넘쳐나기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같은 교차투자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 관점과 성향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투자자는 최소 수익률이 보장된 투자를 원해 미국 등 선진국 중심지에 튼튼한 기업·기관이 장기계약으로 세 들어온 건물을 선호한다. 

 반면 미국 투자자는 당장 수익률은 떨어지더라도 구매 후 리모델링 등을 통해 '부동산의 가치를 끌어올릴' 여지가 보이면 투자에 나서는 성향이다. 투자 대상 선정의 기준부터 다르다는 얘기다.

 미국계 금융사 'AEW캐피털'은 2015년 서울 여의도의 삼성생명 빌딩을 610억원에 사들인 뒤, 작년 말 1~3층에 유명 음식 상가인 '식객촌'을 열었다. 캡스톤자산운용도 대우조선해양이 쓰던 서울 청계천 사옥을 작년 1700억원에 사들여 저층부를 상가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한국 투자자와 달리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미국 투자자는 공실이 있더라도 1~2년 안에 채울 수 있다면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많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투자 수익률이 높고 안전한 시장으로 본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