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에 결혼도 안해, 집도 안나가…"

[해외토픽]

35~44세 6명 중 1명 결혼 않고 부모와 생활 '기생 독신'
10년새 두배 껑충…부모세대 고령화로 빈곤층 전락 위험


 만약에 40세가 다 된 아들이 결혼도 하지않고 집도 안나가고 있으면 부모 마음이 어떨까. 

 일본에서 35~44세 연령대 6명 중 1명은 결혼하지 않은 채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族)'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일본 35~44세 연령의 16.1%인 295만명이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 159만명(10%)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1990년에는 112만명(5.7%)이었다. 20~34세 연령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는 1064만명이었다.

 일본에서 부모에 얹혀사는 미혼자 문제는 1990년대 제기되기 시작해 당시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기생 독신)'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당시 '기생 독신'은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자신의 수입은 취미생활 등에 소비하는 '우아한 싱글'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의 장기 불황과 부모 세대의 고령화로 빈곤 위험의 상징이 됐다. 1990년대 문제로 지적됐던 20~30대 기생 독신의 상당수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기생 중년(中年)'이 된 것이다.

 이들 기생 중년의 상당수는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하류층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기생 중년의 실업률은 11.5%로 35~44세 연령 평균 실업률 4.8%의 2배가 넘었다. 1년 이하 비정규직 고용 비율도 11.2%에 달했다.

 기생 중년이 급증한 이유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기반을 찾지 못해 부모에 의존하는 기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35세 이상 미혼자의 1년 평균 수입은 1994년 204만엔(약 2860만원)에서 2004년 138만엔(약 1930만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기생 중년은 저출산 문제와 연결돼 일본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매체는 전했다. '기생 독신'이란 용어를 만든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 교수는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못한 미혼자 수가 늘면서 저출산이 가중되고 생활보호대상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50세 시점에서 한 번도 결혼한 경험이 없는 비율을 뜻하는 '생애 미혼율'도 급증하고 있다. 내달 일본 정부가 출간할 '어린이·양육 백서'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생애 미혼율은 남성 20.1%, 여성 10.6%였다. 30년 전인 1980년 남성 2.6%, 여성 4.5%에 비해 남성은 8배, 여성은 2배 이상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