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시리아 내전이 만 7년째 이어지면서 '일부다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군대에 끌려가거나 외국으로 돈벌이를 떠나 남성 숫자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수도 다마스쿠스의 한 단체 여직원인 파탄(32)씨는 4년 전 처자가 있는 남성(41)과 결혼했다. "서로 사랑해서"만은 아니다. "주위에 독신남성이 줄어들어 더 이상 기다려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오래 사귀던 남자가 있었지만, 군대에 끌려간 후 일선에 투입돼 벌써 여러해 동안 만나지 못했다. 지금은 남편이 된 재학 중이던 대학의 직원으로부터 "아내가 있지만, 당신이 좋아졌다. 결혼해 달라"는 고백을 받았다. 부모는 맹렬히 반대했지만, 고민 끝에 사귀던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슬람교는 종교적 율법과 관습에 따라 한 남성이 최다 4명까지 부인을 둘 수 있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포교활동을 하던 7세기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일부다처가 합법이다.

세계은행 중동 전문가에 따르면 다마스쿠스 거주자의 일부다처 비율은 내전 전인 2010년 5%에서 2015년에는 30%로 높아졌다.

다마스쿠스 대학의 아쿠람 아흐마드 교수(사회학)는 요미우리(讀賣)신문에 "전쟁에 나갔거나 투옥되는 등의 사유로 남성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하고 "중혼은 여성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시리아 정부의 추계를 인용, 현재 여성의 비율이 60%라고 전하고 있다.

물론 일부다처제가 원만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자녀를 둔 여성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돈 많은 기혼자와 어쩔 수 없이 결혼하거나 남자가 복수의 아내를 부양하지 못해 '2번째 부인'과 이혼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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