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일자리 점령 초읽기, 금융투자자문 부문 급진전

[뉴·스·분·석]

RBS은행 550명 감원, 인공지능'로보어드바이저'대체
증권·은행계도 도입…고용 불안 초래할 가능성 높아져


 세계 최정상 프로기사 이세돌(33)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쳐 3연승 후 1패를 당했지만 인공지능(AI) 진화의 실체를 보여준 알파고. 알파고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하고 인간의 선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사고와 지식, 의사 판단이 요구되는 금융투자자문역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영국 최대 국영 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을 확대하면서 관련 투자상담 업무를 담당해 온 550여 명의 인력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연산 방식)을 활용해 개인의 자산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RBS는 앞으로 직원 자문은 VIP급 고객에 한정하고 나머지 상담 업무는 모두 AI 로보어드바이저에 맡길 계획이며, 로보어드바이저에 적용된 인공지능은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딥러닝'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금융업계도 발빠르게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증권사들이 독립 로보어드바이저사들과 협업 계약을 맺고 이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이후 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을 속속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KB국민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인 '쿼터백 R-1'을 은행권 최초로 도입하고 KEB하나은행은 지난 3일 'Cyber PB'를 출시했다. 우리·신한은행도 로보어드바이저사 파운트·DNA와 각각 손을 잡고 올해 안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목표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확산되면 금융업종 종사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RBS사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FT는 "RBS뿐 아니라 대다수 유럽 은행들이 최근 매출 부진과 수익 감소로 고전 중"이라며 "인공지능 확산과 대량 해고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도 올해 초 열린 연차총회에서 로봇과 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인해 연간 200만개 일자리가 생기는 대신 700만개가 사라져 결국 5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