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속 절차 진행" 당부에 민주 지원방침…홍준표 "받아들일 수 없다"
비준동의 위해서는 국회 정상화 필요…특검까지 얽혀 비준동의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배영경 설승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비준동의를 비롯해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평가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둘러싼 여야간 대립도 가팔라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진보성향의 정당은 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국회 차원의 제도화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별도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판문점 선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대립각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역시 비준동의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당 홍 대표가 당 안팎의 비판에도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격한 데탕트에 거부감이 강한 보수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평화 드라이브'에 나선 민주당과 한국당간의 남북문제 공방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합의서 체결·비준·공포 절차는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라면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비준동의안을 위한 내부 절차는 조속히 하되 국회 동의는 "북미회담의 결과까지 봐가면서 처리"(청와대 핵심관계자)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국회 차원의 남북협력 제도화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면서 정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남북 정상간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비준하고 이를 국회가 동의하는 것에 대한 법제처의 해석이 나오는 대로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온 국민이 성원하고 지지하는 판문점 선언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비준동의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홍준표 대표의 기자회견을 '판문점 선언 거부' 발표로 규정하고 "지금 국민과 정면으로 맞서자는 것인가"라면서 비판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이날도 판문점 선언의 비준동의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반도 위기의 원인을 미국 등 외부에 돌리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황된 주장에 동조한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면에는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 대표는 지난 27일 남북회담 당일에 "남북 위장평화쇼", 28일에는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라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평가절하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논의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비준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고 너무 앞서 가는 이야기"라고, 박주선 공동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핵화 결론이 난 이후에 정확한 비용을 계산한 뒤 비준동의 절차를 밟아도 늦지 않다"라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다만 김동철 원내대표는 비준동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이야기하는 등 당내에 남북정상회담 평가 및 국회 차원의 조치 문제에 대한 온도차도 감지된다.

여야간 판문점 선언 및 국회 비준동의 문제에 입장차를 보이면서 국회에서 관련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회법상 의사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야간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위해선 국회 정상화가 선행돼야 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당이 필명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고 바른미래당과 평화당도 특검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 여의도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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