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미국 주류 기업들 '묻지마 경력' 채용 확산

[뉴스포커스]

학력·자격요건 완화…대학 졸업장 요구 30% 그쳐
한인 직장인들 앞다퉈 급여·베네핏 좋은 美 기업行

미국의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4%(6월 기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기업들이 경력이나 학력 등을 따지지 않고 직원들을 채용하는 '묻지마 채용' 경향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구인난에 채용 자격요건을 완화한 것인데, 이같은 채용 경향은 한인 중소업체들의 구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력직 한인 직장인들이 급여와 복지 혜택이 좋은 주류권이나 대기업 등으로 이직하면서 한인 중소업체들이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

지난달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호황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최근 직원 채용 과정에서 '묻지마 경력'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학 졸업장이나 특정한 기술 자격 요건을 요구하던 기존 기업들의 채용 관행과는 달리 요즘 취업 자격 요건이 대폭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다국적 종합인력서비스회사인 아데코 그룹에 따르면 1만여개 회원 기업들 중 25%는 올해 초부터 학력 제한은 물론 전과 조회, 약물검사 등까지 건너뛰는 등 직원 채용에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노동시장 전문 분석업체인 '버닝 글래스 테크놀로지스'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32%에서 30%로 줄었다. 최소한의 자격 요건만을 요구하는 채용관행은 지난 2012년 이후 확산되고 있다. 2012년 당시 대학 학력을 요구하는 기업 비중은 34%에 달했었다.

경력 요건도 느슨해지고 있다. 채용 공고 중 23%만이 3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2012년의 29%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이 같은 경력 조건의 완화로 120만 명 이상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일례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7500명의 직원 모집을 하고 있는데, 이 중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는 자리는 10%도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주류 기업들의 구인난에 따른 채용 자격요건 완화는 한인 중소업체들의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인 구인구직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인 경력자들의 대기업이나 주류권으로의 이직이 늘고 있고, 신입직의 경우도 중소업체보다 급여와 사내 복지 제도가 좋은 대기업으로 지원이 대거 몰리는 경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인업체의 규모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LA한인타운 인근에서 가구제조판매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지난달에 2명의 직원이, 이달 들어 또 한 명의 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며 회사를 떠났는데 그 빈자리를 메울 직원을 아직까지도 구하지 못했다"며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들은 한인업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경력직들은 제시하는 연봉이 너무 높다보니 요즘 직원 구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