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加시민 2명 체포 공식확인…'안보위협' 중대혐의로 '보복' 시사
美加 vs 中 대립 심화 불 보듯…美中 무역협상 영향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에 대한 보석 결정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사태'가 하루가 다르게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캐나다 시민 2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사실상 캐나다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인정한 셈이라 '화웨이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캐나다, 중국의 삼각 외교갈등이 악화를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프릭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를 체포, 국가안보 위협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이들의 체포 시점이 10일이라고 밝혔다. 루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엄중한 결과'를 공언한 날이다.

중국 당국은 코프릭과 스페이버의 체포가 멍 부회장의 체포에 대한 보복성 조치인지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 말뿐인 경고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 '맞불'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코프릭과 스페이버에게 '국가안보 위협 혐의'를 두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의 체제 특성상 자칫하면 중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혐의다.

중국이 이렇게 중대한 혐의를 들어 캐나다 국민 2명을 억류하고 있음을 공식화한 이상 캐나다 정부와의 외교적 갈등 심화가 불가피해졌다.

캐나다 정부는 코프릭의 중국 억류와 스페이버의 연락 두절 상태를 확인하면서도 멍 부회장 체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며 가급적 확전을 피하려는 태세였으나 이제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중국과 각 세우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캐나다는 중국과 몇 년 전 '눈에는 눈' 식의 유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캐나다가 2014년 중국 국적자를 체포하자 중국 당국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 국경 인근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하던 캐나다인 부부를 억류한 것이다.

부인 줄리아 개럿 씨는 이듬해 2월 초 보석이 허가됐지만 남편 케빈 개럿은 2년 넘게 스파이 혐의로 붙잡혀 있다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6년 9월 방중해서야 석방될 수 있었다.

캐나다에 멍 부회장의 체포를 요청했던 미국도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코프릭의 억류가 알려진 11일(현지시간)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을 통해 캐나다 국민의 중국 억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모든 종류의 자의적 구금을 중단하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중국 여행주의보를 추가로 발령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코프릭과 스페이버의 체포를 공식화한 이상 멍 부회장에 대한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특별한 진전이 있지 않은 한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화웨이 사태'가 멍 부회장과 코프릭, 스페이버의 신병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중 무역협상에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이다.

필요하면 화웨이 수사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캐나다인 2명을 사실상 '인질'로 잡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화웨이 사태'를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 '화웨이 사태'의 악화가 미·중 무역협상에 타격이 될 조짐은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멍 부회장 수사와 캐나다인 체포를 둘러싸고 미국과 캐나다, 중국의 갈등이 격화할 경우 미·중 무역협상에도 먹구름이 낄 개연성이 있다.

반대로 무역협상이 미국과 중국의 생각대로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총리 사이의 불화에도 이어져 온 캐나다와 미국의 동맹 관계에 또 하나의 균열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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