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더는 필요없다" 전격 경질, 美 북한정책 여파에 시선집중후임에 촉각

[집중분석]

줄곳 파열음, 등판 1년반만에 불명예 퇴장
한때 '빅딜'존재감 보이다 입지 점차 축소
이달중 북미 실무협상 앞두고 초미의 관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해 3월 22일 임명돼 백악관에 입성한 이래 약 1년 6개월 만의 불명예 하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존 볼턴(사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전격적 퇴장으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미칠 여파다.

최근 들어 '슈퍼 매파'볼턴 보좌관이 대북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당장은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누가 후임을 맡게 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 하에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비아 모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대북 압박의 최전선에 섰다.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으로 대표되는 리비아 모델은 국가원수인 무아마르 카다피의 몰락으로 이어진 탓에 북한이 맹렬하게 반대해온 방식인데, 볼턴 보좌관이 이를 알면서도 공개 언급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볼턴 보좌관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다.

그는 당시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괄타결식 '빅딜'을 내세우며 북미 간 협상 여지 축소를 시도했다. 북한에서도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표적 비난'했다.

그러나 재선을 위해서라도 북미 협상 동력 유지가 유리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속에 볼턴 보좌관의 대북정책 입지는 점차 축소됐다. 북한의 5월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비난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반박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에 따라 볼턴 보좌관의 퇴장이 당장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볼턴 보좌관의 공백이 대북 접근의 유연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달 하순 미국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는 북한과 '모든 것을 올려놓고 얘기하자'는 미국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단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국가안보보좌관 대행을 맡은 가운데 후임이 누가 올지에 따라 북미 협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볼턴 보좌관이 발탁될 때 함께 유력하게 거론됐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또다시 하마평에 오를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