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첫 친서 교환…'남북대화 재개' 물꼬 틀지 주목
'김여정 비난담화' 하루 만에 '김정은 친서'…청 "남북 소통채널 유지하고 있다"
청 "김정은, 한반도 정세에 소회·입장 밝혀…문 대통령에 우의·신뢰 보내"
김정은 "남녘 동포 소중한 건강 지켜지길 빌겠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친서를 주고 받았다고 청와대가 5일 발표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 교환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전날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문 대통령은 이날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전달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한국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며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언급했다.

윤 수석은 또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며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을 밝혔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이에 따라 북미 비핵화 대화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 교환이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당장 문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제안한 '북한과의 보건분야 공동협력' 등을 고리로 그동안 막혀 있던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 사업 추진 필요성을 거론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대화 재개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이라는 '선순환' 구상을 밝힌 상태이다.

김 위원장의 친서가 코로나19 사태 관련인 만큼 남북 협력의 첫 소재는 '보건분야 협력'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일이 밝히는 것은 외교 관례에 맞지 않다"며 친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별도 채널에서 따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협력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더라도 '우의와 신뢰'를 재확인 점이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남북은 계속 평화를 추구하고 있고, 서로 간에 이런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 일환에서 이런 친서 교환도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내놓은 다음 날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낸 점도 주목할만하다.

김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로 인해 '남북 관계가 더욱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김 위원장의 친서 및 문 대통령의 답신 전달은 현 남북관계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상황,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한다"며 "저희는 북한과의 소통 채널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고, 그 소통 채널 속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30일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 앞으로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냈고,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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