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증 관련성 명백" EMA 고위인사 발언 파장

원산지 영국도 태도변화…발병원인 몰라 논란

수십만명에 1명꼴…"위험보다 이익이 훨씬 크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했다.

수그러들었던 우려가 다시 불거진 계기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희소한 혈전증 발병의 관계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 고위인사의 발언이다.

◇ 유럽 백신전략 책임자가 던진 안전성 화두

EMA의 백신전략 책임자 마르코 카발레리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와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낮은 수준의 혈소판 관련된 매우 드문 혈전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하기 점점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카발레라는 피가 굳는 혈전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을 아직 모르지만 백신접종과 해당 증세의 관련성이 뚜렷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을 책임있는 관계자가 언급한 것이라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혈전이 매우 드물게 발생하더라도 국제 규제기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임을 시사하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MA는 카발레리의 발언에 "관련 검토가 진행 중이며 결론이 나지 않았다"라고 공식 입장을 즉각 밝혔다.

이는 카발레리의 발언 내용을 전면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사안이 심각성을 주시하되 과도한 논란이 이는 상황을 경계하는 태도로 관측되고 있다.

◇ 혈전증 우려 반복되자 영국 규제당국도 태도 변화

부작용과 관련한 명쾌한 설명이 없는 까닭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안전성 논란은 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이 백신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도 백신접종과 혈전발생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지 않은 사람보다 접종받은 사람에게서 혈전증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지난주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 30건을 보고받았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날 옥스퍼드대가 성인 접종자의 혈전증 발생 관련 추가자료를 기다리면서 6~17세 아동 300명을 대상으로 벌이던 백신 임상시험을 중단하고 나섰다.

정부 고문인 감염병학자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지난 5일 라디오4에 출연해 "현시점 자료로 볼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된 드문 위험이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라면서 당국에 문제를 시급히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 세계 90여개국 접종중…"일단 위험보다 이익 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 각국 백신접종 프로그램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이 백신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쉬워 중·저소득 국가의 면역 수준을 크게 높일 수단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NYT에 따르면 현재 최소 94개국이 국민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대다수 보건관리와 과학자는 혈전증 발생사례가 별로 없는 고령층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때 위험보다 이익이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젊은 층이라 해도 혈전증이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까닭에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실제 EMA가 분석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뇌정맥동혈전증(CVST) 사례는 44건으로 이는 920만명이 접종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에머 쿡 EMA 청장은 60세 미만 접종자만 보면 10만명당 1명꼴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혈전증 발생사례 30건은 1천800만명이 접종한 가운데 나왔다. 접종자 60만명당 1건이 발생한 셈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CVST는 연간 100만명당 5명꼴로 겪는다.

10대만 놓고 보면 연간 30만명당 3명으로 발병률이 다소 오른다.

◇ 발병원인 미궁…"혈소판과 결합한 항체의 면역반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희소한 혈전증 간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관심은 계속 원인에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병원 안드레아스 그라이나허 교수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소판과 결합한 항체의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혈소판은 출혈을 멈추는 데 도움을 주지만 혈전증의 원인이기도 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소판과 결합한 항체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라이나허 교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혈소판과 결합한) 항체들이 혈전증 합병증과 연관돼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포함한 연구진은 독일 백신승인 당국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와 오스트리아 빈대학, 그라츠대 등과 공동으로 희소 뇌혈전증 사례 7건을 분석했다.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