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미국산 대두 수입중단에 국내서 정치적 수세 몰려
"식용유 관련 교역 중단" 엄포 놨지만, 효과는 '글쎄'
중국, 수입 다변화하며 대두 '전략적 활용' 치밀하게 준비
대두와 식용유가 미중 무역 갈등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다.
이들 품목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기 싸움이 날로 고조되면서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트럼프 대통령의 '약한 고리'로 보고 수입을 중단했고, 농가들의 압박 속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조치에 맞서 중국산 제품 수입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14일에는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을 '적대행위'로 규정하며 식용유 등과 관련한 교역 단절을 검토할 수 있다고 거듭 엄포를 놨다.
비교적 흔한 식료품인 대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미국 농업계의 거센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가을 수확철,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판로를 잃은 대두 농가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농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이다.
중국이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서의 대두 수입을 늘린 점도 농가의 불만을 키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외환 위기 타개를 돕기 위해 20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맺은 점과 맞물리며 반발이 촉발한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지 몇 시간 만에 아르헨티나가 중국에 대두 20척 분량을 판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그로 인해 논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은 대두의 '전략적 활용'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의 수입량을 늘리면서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에 따른 국내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6천103만t으로, 여기에서 브라질산은 70%였고 미국산은 25%에 그쳤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 대두 수출량의 3분의 1(120억 달러·약 17조 원) 가량을 구매했지만, 올해 5월 이후 구매량은 '0'으로 떨어졌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중국의 9월 대두 수입량 사상 최고치 경신 소식을 전하며 "무역 다각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이 국내 시장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두 무기화'를 통한 대미 압박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식용유 관련 교역 중단'을 잠재적인 맞불 카드로 거론했지만, 효과적인 지렛대가 될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중국산 가공식용유 수입 규모가 지난해 기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규모에 크게 못미치는 데다, 이마저도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된 가공식용유는 12억 달러(약 1조7천억 원) 규모로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 1∼7월 전년도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되는 폐식용유 수입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NBC 방송은 "소박한 대두가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 재편 캠페인에서 새로운 갈등의 촉발점이 됐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이미 수입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식용유 갈등이 빚어졌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