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손가락' 독재자 아들 대권 도전 '회오리'

[리비아]

 국민 신뢰도 57% 업고 "민주주의 회복"
 "그는 범죄자, 기소돼야" 보이콧 움직임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이 리비아 대선에 출마한다. 로이터통신 등은 14일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49·이하 사이프)가 내달 24일로 예정된 대선에 후보자로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대선 출마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지역에서 대선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선관위가 올린 영상에는 아랍 유목민인 베두인족 전통복장 차림의 사이프가 이슬람 경전 쿠란을 인용해 “신이시여, 저와 국민 사이에 진실을 밝혀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이프는 카다피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국제 감각을 갖춘 인물로 국제사회의 기대를 받기도 했다. 2003년 런던 유학 당시 한 만찬장에서 “리비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아버지가 민중봉기로 쫓겨나 과도정부군에 피살된 후 그 역시 체포돼 외부활동을 하지 못했다. 리비아 법원은 지난 2015년 민병대에게 억류된 사이프에게 궐석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했으나, 민병대는 2년 만에 사이프를 석방했다. 이후 정치 복귀 의사를 밝힌 그에 대해 리비아 국민의 신뢰도는 57%에 이르고 있다.

다만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사이프에게 반인도범죄 혐의로 발부한 체포영장이 유효하다는 입장이어서 그에게 대선후보 자격이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그는 지난 2011년 리비아 내 민주화 시위 당시 유혈진압 사태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당시 사이프는 “우리는 리비아에서 싸우고 리비아에서 죽는다”며 가족 편에 섰다가 반군의 공습으로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잃었다. 현재 리비아 군 검찰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이프의 입후보를 보류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상황이다.

리비아 동부 미스라타 지역 원로들은  “카다피의 아들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기소돼야 한다”며 다음 달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보이콧과 서부지역 선거 투표소 폐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