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발생한 시카고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작년 유튜브에 이번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영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난사범이 소셜미디어(SNS)에서 범행을 예고했지만 참사를 막지 못한 데 이어 이번 사건 역시 어느 정도 예견됐으나 이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AP 통신에 따르면 시카고 총격 용의자 로버트 E. 크리모 3세는 작년 유튜브에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물을 올렸다.

애니메이션으로 된 이 영상에는 무장한 한 남자가 어딘가를 향해 소총을 겨누는 모습의 그림이 담겨 있다. 그가 지나가는 길바닥에는 이미 여러명이 쓰러져 있다. 이 남자가 소총을 겨누고 있는 저 멀리에는 또 다른 사람이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있다.

이후 장면에서는 길바닥이 붉게 피범벅이 된 채 총격범이 쓰러져 있고 그의 앞에는 경찰차 두 대가 도착해 있다. 그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죽는 것 같은 모습이다.

현재 이 영상물은 유튜브 측에 의해 삭제된 상태로, 정확하게 언제 업로드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시카고트리뷴은 이 영상물이 8개월 전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이 영상물 댓글에 "참사 전에 이런 영상이 올라왔지만 아무도 막지 못했다"라며 개탄스러워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크리모가 음모론을 암시하는 듯한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자인 리 하비 오스월드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신문 1면의 이미지를 벽에 붙인 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장면을 올리기도 했다.

크리모는 작년에는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시카고 총격 사건은 SNS에 예고됐다는 점에서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 총기난사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지난 5월 24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등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난사범은 범행 당일 독일의 10대 소녀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총격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게시글이 아닌 일대일 개인 메시지였고,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파악됐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른 총격 사건이 SNS를 통해 예고되는 상황에서 이들 인터넷 플랫폼도 총기 난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행 예고를 미리 파악해 관련 당국에 알렸더라면 범행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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