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핫플' 성수동에 등장한 '중국인 사절'…국내외 논란 확산
카페 측 "다른 손님이 싫어해"…영업 자유·인종 차별 충돌
한국의 대표 관광명소로 부상한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가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국내외 논란을 부르고 있다.
단순히 한 카페의 영업 방침을 넘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반중 정서와 상업적 자율성, 글로벌 도시가 된 서울의 위상이 충돌하는 단면을 보여준단 분석이다.
28일 오후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사장 A씨는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제 개인적 신념이 아니다. 손님들 사이에 반중 정서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중국인 손님들이 시끄럽게 하며 소란을 피우고, 다른 손님들이 '짱깨 왔다'라고 말하는 등 카페 내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 둘러본 이 카페의 내외부에는 '중국인 출입 금지' 등의 안내는 없었지만, 대부분 20∼30대 내국인 손님들이 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카페의 인스타그램 공식 프로필에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영어 문구가 그대로 있는 상황이다.
카페를 둘러싼 논란은 19만 팔로워를 보유한 재한 중국인 인플루언서가 비판 영상을 게시하며 중국과 미국 커뮤니티 등에서 먼저 촉발됐고 국내로 '역수입'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수동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들은 불쾌감을 표출했다.
위모씨는 "중국 내에서도 이 카페가 논란이 됐다. 사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관할 성동구청은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카페의 자율에 달린 부분이라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날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SNS를 통해 해당 업장을 설득하겠다고 밝혔고 일부 공무원들이 찾아가 방침을 바꿔 달라고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이 인종차별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그럼에도) 외국인 차별을 막기 위해 설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여론은 갈린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진상짓을 많이 하면 저럴까"(유튜브 @e2ci**)라는 옹호 주장도 있지만, "중국이 '한국인 금지'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 국뽕짓 좀 하지 마라"(@lesliek******)는 반론도 있다.
법조계에선 이런 '노차이나존'이 결국 '노키즈존'과 비슷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나 민사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 따르면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해 국가·민족 등을 이유로 특정 사람을 배제할 경우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아무리 사적 영업이라 할지라도 인종이나 성별을 이유로 손님을 가려 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우선 반중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혐오를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혐오의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며 "경제적으로 성장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시민의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타국의 조롱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