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후 혼인 신고 급증…수도 키이우 지난 5개월간 9120쌍 화촉, 작년의 무려 8배 

[우크라이나]

특히 병사들 "곧 최전선 나갈지도" 서둘러
정부의 혼인 수속 업무 간소화 정책 한 몫
"전쟁 나면 세계적으로 결혼 증가 흔한 일"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美 결혼 83%↑ 

러시아의 침공으로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여있는 우크라이나에서 결혼이 급증하고 있다.  AFP 통신은 8일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격 속에 결혼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폴타바(Poltava)주의 경우 지난 2020년만해도 결혼 커플은 1300쌍정도였으나 올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6주일 사이에만 무려 1600쌍이 결혼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 키이우는 5개월 만에 9120쌍이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결혼식 건수가 1110건이었던 2021년보다 8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최근 토요일 키이우 중심부의 관공서에는 혼인신고를 제출하기 위해 40쌍 이상이 몰리기도 했다.

결혼식 당일 포탄 소리에 잠에서 깬 테티아나(31)는“천둥 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구름이 없었다. 포격이었다”라며 식을 취소할지도 고려했지만 약혼자가 예정대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AFP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결혼신고를 할 관공서와 집이 손상됐음에도 결혼식을 강행한 커플도 소개했다. 이 커플은 공격을 받은 집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기도 했다.

결혼 업무를 돕는 우크라이나의 공무원 차르니프에 따르면 특히 병사들 사이에서의 결혼이 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결혼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결혼을 앞둔 한 군인은 "전쟁 중에 결혼하는 것은 무엇보다 용감하고 어려운 결단이다.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인데, 곧바로 최전선에 갈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전쟁의 장기화로 서둘러 결혼하는 커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혼인 수속을 간소화해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그 자리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급증의 한 몫을 하고 있다.

AFT는 실제로 과거에도 전쟁은 결혼을 증가시킨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미국에서는 180만 쌍이 결혼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무려 83% 증가한 수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