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차 공판서 "대북제재로 돈 직접 갈수 없어…북이 거짓말한거 아닌가"

방용철 부회장 "이화영에 돈 보내도 되는지 수차례 확인…李 믿었다"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10일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은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 "북한에 사기당한 거 아니냐"며 쌍방울 측의 단독 범행을 주장하는 공세를 펼쳤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사건 19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온 방 부회장에게 "증인은 북한 김성혜로부터 2018년 11월 또는 12월에 '경기도가 스마트팜 설치로 돈을 주기로 했는데 안 줬다'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진술했는데, 당시엔 대북 제재가 있어서 북한으로 돈이 직접 가면 안 됐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북한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가?"라며 이같이 물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를 인지하고 있는) 북한에서 그런 말 할 리 없는데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나 방용철이 그런 관계(대북제재 사실)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알고 쌍방울에 거짓말한 거 아니냐"고 추궁했다.

방 부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은 2018년 말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이 '이화영이 스마트팜 사업 지원하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 듣고, 경기도를 대신해 5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호사의 질문에 방 부회장은 "이화영이 줘도 된다고 했다. 사업권 땄을 때 어떤 혜택 있을지 이야기하고 대북 제재도 풀릴 거라고 말했다. 돈 줘도 되느냐고 몇번을 확인했다"며 "이화영과 20년을 알고 지냈고, 쌍방울 사외이사와 고문을 했고, 쌍방울 법인카드를 쓴 사람이 말했기 때문에 믿었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500만 달러의 성격에 대해서도 따졌다.

서 변호사는 "쌍방울 관계자들의 검찰 조서를 보면 500만 달러가 북한 사업을 시작할 때 당연히 주는 거마비라거나 계약금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며 "스마트팜 대가가 맞느냐, 쌍방울과 경제협력의 계약금이 맞냐"고 물었다.

방 부회장은 "(500만 달러에) 계약금 성질도 같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전 부지사 뇌물공여 등 혐의를 부인하던 방 부회장이 진술을 번복한 이유도 자세하게 거론됐다.

서 변호사는 "증인은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 준 적 없다고 하다가 이를 인정하고, 범인도피와 증거인멸 혐의까지 증인이 주도한 것처럼 입장을 바꿨다"며 "김성태의 횡령 배임 이슈, 이로 인한 거래소의 거래 정지 또는 상장 폐지심사 위험을 줄여주는 대신 뇌물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가자는 판단하에 진술 번복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방 부회장은 "제 입장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초범이다 보니 재판 경험도 없고, 제가 몇 마디 하면 속아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거짓 진술)했다"며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솔직히 겁이 났다. 그래서 시인하고 변호사 교체한 거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속 전 회장(김성태)과 통화 두 번 했다. 회장이 '야 시인해라'라고 했고, 이화영 통화해서 '형 인정하세요. 정치자금법 그렇게 세지 않아'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