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아이들 상당수 국내외로 입양…입양 단체, 보육 시설 등 연계 과정 거액 뒷돈 오가기도"

[연합 특별인터뷰 /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6.25 이후 해외 입양 25만명, 실제 성공 케이스 10% 안돼 
 자국 아이들 해외 입양 보내는 나라 OECD 국가중 韓 유일
 인구 부족한데 고아들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잘못된 정책"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60)는 고아를 외국으로 입양 보내는 것은 인신매매와 같은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종 아동과 관련한 정보와 자료를 컴퓨터 시스템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경찰청이 50억원을 들여 10여년 전에 만든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경찰은 실종된 아이를 제대로 찾지 않고, 보육시설 등의 시설장은 고아들을 생계 수단으로 생각하며, 정부는 인신매매 성격의 해외 입양을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실종 아동의 발생, 보육시설로 이동, 입양 등의 전체 과정에서 범죄가 개입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외동딸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94년 4월 전라북도 남원의 외갓집 근처 놀이터에서 실종됐다. 그는 거의 30년간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실종된 지 1년 이상 된 아이는 900명에 육박하고 있다. 18세 이상의 나이에 실종됐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케이스는 거의 7천명에 달한다. 그는 실종 사건에 대한 당국의 무관심은 납치, 살인, 인신매매 등의 중대범죄를 방치한다는 의미여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사회안정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2008년부터 사단법인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를 맡아 실종 아동법(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개정 등 실종 아동을 신속히 찾는 시스템이 갖춰지도록 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목사이기도 한 그는 안양에서 목회 활동도 하고 있다.

 -- 외동딸 실종사건 내용은.
▲ 초등학교 4학년, 만 10세였던 희영이가 실종된 것은 1994년 4월 27일이었다. 그날 오후 3시께 학원에서 외갓집으로 왔다가 놀이터로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외갓집은 우리 집 근처에 있었다. 나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관들은 "좀 더 기다려보자"고 하더니 다음 날 오후 늦게서야 현장에 나왔다. 나는 남원에서 경상도, 전라남도, 전주로 나가는 길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 이후 나는 전국을 다니면서 윤락가까지 뒤졌지만, 지금까지 아이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가 면식범에 의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면식범이 아니라면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생존 가능성은 50% 정도로 본다.

-- 가족들의 고통이 무척 클텐데.
▲ 대부분의 부모가 생업을 포기하고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다닌다. 상당수 가정의 가계는 파탄 나고, 80% 정도는 이혼한다. 실종된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에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못하고, 겨울에 난방도 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 부모는 자녀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실종 아이 부모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삶을 견뎌야 한다.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커서 술에 빠져 사는 부모가 부지기수다.

 -- 실종 아이들은  대부분 어떻게 되나.
▲ 범죄에 연루된 것이 아니라면 보호시설, 보육시설, 장애인시설 등 시설을 거쳐 국내외로 입양되거나 국내 보호 시설에서 성장한다. 국내 보호시설에 남아 있을 경우, 성인이 되면 퇴소해야 한다. 

-- 해외  입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는 것은 범죄와 다름없다. 입양을 원하는 외국 가정이 아이의 특정 유형을 제시하면 입양기관이 보육시설을 돌아다니면서 적합한 아이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 원의 뒷돈이 오간다. 한국의 아이를 입양하는 외국의 가정은 자기 나라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

 -- 정부는 해외 입양과정에서 뒷돈이 오가는 것을 모르나.
▲ 정부는 알고 있다. 과거에 보건사회부(지금의 보건복지부)가 금품 제공 실태를 조사하려다 그만둔 일이 있다.

 -- 그렇지만  외국으로 입양되면 아이들은 국내보다 나은 것 아닌가.
▲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가 6.25 전쟁 이후 25만명 정도 된다. 이중 성공적인 케이스는 10%도 안 된다. 일부 아이들이 외국에서 잘 성장해 성공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지만 일부에 한정된다. 한국에 있는 친부모를 찾으려는 입양아는 대체로 성공한 경우다. 미국에서 학대받고, 파양돼 국제미아가 된 아이도 많다. 외국에서 힘들게 살아온 입양아는 자신을 버린 친부모에 대한 원망이 크다. 그래서 그들은 친부모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한국에 찾아오는 일부 입양아의 성공적인 스토리를 접하고, 대부분의 입양아가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했을 것으로 보면 안 된다.

 -- 외국에서의 입양 생활이 힘들다는 말인가.
▲ 입양아가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혈혈단신의 한국 아이가 백인의 미국 가정에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한국 고아에 대한 해외 입양은 누가 결정하나.
▲ 고아 스스로 해외 입양을 원한 것이 아니다. 고아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뤄진 일이다. 무연고 고아의 경우, 보육시설 원장이 호적을 새로 만들어 자신이 친권자가 된다. 그가 입양 보내는 것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아 개인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는다.

 -- 그렇다면 해외 입양을 금지해야 하나.
▲ 인구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해외 입양을 금지하고 국내에서 키워야 한다. 한국 내에서 고아를 입양하는 가정에는 아이 1인당 3천만원씩 정부가 지원하면 아이를 키우려는 가정이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도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오래전부터 정부는 외국의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데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고아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정부가 그동안 해외 입양을 금지하지 않았던 이유는.
▲ 보육시설, 입양기관 등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는 달러 조달의 의미가 있었지만, 아이를 팔아서 외화를 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국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 한국 정부가 직접 입양을 보낸 것은 아닌데, 정부에 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나.
▲ 보육시설이나 장애 시설의 원장이 아이를 미국에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은 한국의 정부가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실종 당시 아이를 제대로 찾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부모를 찾아주지 않았으며, 보육원장이 아이의 친권자가 되도록 해 마음대로 외국에 보낼 수 있도록 했고, 뒷돈이 오가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 이런 나라가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 당장 정부가 입양아를 도울 일이 있다면.
▲ 외국으로 팔려 간 아이들이 한국의 친부모를 찾으려 한다면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것이 맞다. 또 서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실제 사례를 들면, 한 아이가 보호시설을 거쳐 미국에 입양됐다. 한국의 친부모가 그 아이의 미국 주소를 어렵게 찾아냈다. 친부모는 그 자녀를 한국에 초청하고 싶어 한다. 가구도 새로 들여놨고 집수리도 했다. 그런데 그 아이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비행기 삯이 있어야 하는데, 가계가 파탄 나서 그 비용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친부모와 만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