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여파 중국 직항편 못구한 미 전역 중국인들 서울 경유 급증

[뉴스포커스]

올해 상반기 국적 항공사 미국 환승객 71만명
2019년보다 4만명 늘어, 미주 노선 가격 고공

LA에 사는 김 모씨는 지난 7월 대한항공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가 깜짝 놀랐다. 옆좌석은 물론 앞 뒤 자리에 다 중국인이 앉아 있었고 객석을 가득 채운 탑승객들 중에도 중국인이 전반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 놀란 것은 중국인 대부분이 인천에서 중국행 비행기로 갈아타는 환승객이었다.
"중국 직항 보다 서울을 경유하면 비행기 티켓 값이 많이 싼가?" 대충 그렇게 이해하고 넘겼는데 아니었다. 중국 직항 편을 구할 수가 없어 더 비싼 값을 주고 서울을 경유해 중국으로 가는 것이었다.

미중 직항 노선은 2019년까지 주 150회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겹치면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 항공사는 현재 미국행 직항노선을 주 12회 운영하고 있다. 직항편을 구하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고 중국에 가려면 서울, 도쿄, 홍콩, 타이페이 등 주변국 도시들을 경유해야 한다. 
1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사의 미국 환승객 수는 71만755명이다. 대한항공이 46만1320명, 아시아나항공이 24만8540명, 에어프레미아가 895명이다.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가거나 제3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에 가는 여객 수를 합한 수치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상반기 67만2915명에 비해 4만명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대한항공의 여객수가 3만4770명이 늘어 사실상 환승객 대부분을 흡수했다.
전체 환승객 수로 봐도 국내 항공사의 점유율이 높다. 올해 상반기 외항사를 포함한 미국 환승객 수는 96만4944명인데 이중 73%를 국내 항공사가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을 경유하는 환승객이 늘어나면서 국적기 미주 노선의 항공권 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하늘길이 막히자 그 피해를 미주 한인들이 고스란이 겪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LA는 물론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노선을 모두 운항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워싱턴, 댈러스, 애틀란타,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번 2분기 여객 매출 2조2210억원에서 미주노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여객 매출 1조676억원 중 26.7%를 미주노선에서 벌었다. 비행기 좌석은 한정돼 있는데 미주 전역에서 한국을 경유하는 환승객들이 크게 늘어나니 천정부지로 치솟은 항공권 값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한 미주노선 항공권 값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9월말까지 대한항공의 서울행 이코노미석은 대부분 매진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자리가 있어도 가격이 여전히 2000달러를 맴돌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교통부가 지난 10일 중국 항공사의 미국행 직항 노선 증편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현재 주 12회 운항하던 것을 9월 1일부터 주 18회로 늘리고, 10월 29일부터는 24회까지 늘리기로 했다.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