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질석방 먼저' 압박…사상자 우려에 지상전 연기 및 축소 가능성

이스라엘 장관 "인질이 지상전 방해 못해"…"희생 감수하고 하마스 소탕" 기류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3일(현지시간)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가자지구 지상작전을 앞둔 이스라엘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서방에서 인질 구출이 우선이라며 지상전을 연기하라는 압박이 계속돼 자칫 작전을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로서는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버는 건 물론 인질 협상이 쟁점으로 부각될수록 손에 쥔 카드도 많아진다. 이스라엘은 뿌리까지 뽑겠다고 공언한 하마스와 자칫 인질 문제로 직·간접 협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다음 단계를 저울질하는 이스라엘이 딜레마에 직면했다"며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기 전에 지상작전에 들어갈 경우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인구밀집 지역에서 작전을 제한하라는 국제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지난 20일 미국인 2명을 풀어준 데 이어 사흘 만에 이스라엘인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미국 등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 소식이 전해진 뒤 임시휴전 가능성에 대해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며 "그리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이 카타르 등이 중재에 나선 인질 협상과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방식으로 지상전 계획을 짜라는 압력을 막후에서 받고 있다고 짚었다.

자국민이 인질로 잡혀 있는 다른 나라들도 인질 석방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외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40여개국 국민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자국민이 납치된 경우 사력을 다해 구출작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마스를 소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스라엘 국방부 정치군사국장을 지낸 조하르 팔티는 하마스의 기습에 충격받은 이스라엘 국민이 인질 중 일부가 처형당하거나 인간방패로 이용당하더라도 하마스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작전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정부가 지상작전 개시 명령을 내리지 않거나 장기간 연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군은 오히려 지상 침공 중에 인질 구출작전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왔고 공습이 오히려 인질을 석방하도록 하마스를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인질 문제로 지상전이 늦춰질수록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게 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하마스 지도자들에게 인질은 최소한 이스라엘의 침공을 지연시키고 최선의 경우 폭격 중단,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천명 석방과 맞바꿀 수 있는 지렛대라고 분석가들은 전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확전을 피하라는 미국의 압박에도 가자지구 지상전을 재고하는 대신 레바논에 근거지를 둔 헤즈볼라를 선제적으로 공격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이스라엘 외교정책 담당자로 일한 심리트 메이어는 "가자지구에서 1년간 계속될 수 있는 장기전에서 전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북쪽(레바논 국경) 작전의 전략적 이득은 우리를 직접 위협하는 헤즈볼라의 미사일 능력을 해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독일 빌트와 인터뷰에서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지상작전을 포함한 우리의 행동을 방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