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전문가 주장…"북한인들은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

"해외공관 외화벌이, 러 무기판매로 거두는 수입 비하면 미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북한이 세계 각지의 자국 외교공관을 잇따라 철수하는 움직임의 배경에 러시아와의 대규모 무기거래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감시 강화로 해외공관을 거점으로 한 불법적 외화벌이가 어려워진 상황이었던 까닭에 이번 기회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을 정리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산하 글로벌 위험·안보 센터의 킹 맬러리 소장은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인들은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공관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는 순현금흐름 측면에서 볼 때 미미한 수준이며, 러시아에 대한 무기판매로 들어올 돈을 고려하면 현재의 북한에는 중요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달 1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8월부터 반출한 포탄이 100만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서방제 155㎜ 포탄은 1발당 가격이 3천 달러(약 400만원) 수준으로 치솟았는데, 북한제 포탄에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 매겨졌다면 최대 30억 달러(약 4조원)를 벌어들였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옛 소련제 무기에 호환되는 포탄과 미사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맬러리 소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소한 것을 얻으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환심을 사려 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더는 해외공관이 벌어올 돈에 연연할 필요가 사라졌고, 이참에 해외공관망을 재편하기로 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지난달 아프리카의 오랜 우방인 우간다와 앙골라 현지 공관을 폐쇄한데 이어 스페인에서 외교 사절단을 철수하고 중국 측에도 홍콩 총영사관을 닫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등은 북한 내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이밖에도 아프리카 등지에서 10여개 공관을 철수시키는 등 재외공관 축소가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북한은 전 세계에서 47개 대사관과 3개 영사관, 3개 대표부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재외공관은 1976년 덴마크에서 면세품과 마약을 밀매하다 적발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돈세탁과 밀수, 보험사기 관여 등 불법활동으로 수십년간 물의를 빚어왔다.

다만, 맬러리 소장과 다른 시각에서 북한의 재외공관 축소를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합뉴스를 인용 "한국 통일부는 국제제재로 현금 보유고가 줄어든 김 위원장이 모든 외교공관을 유지하기엔 자금이 부족해졌다고 믿는다"고 소개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민간연구기관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의 역내 문제 매니저로 활동 중인 전문가 이민영씨 역시 재외공관 축소는 현금 부족으로 인한 고육책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

그는 "사실, 미국과의 대립 관계를 고려하면 북한은 현재 자기편을 들어 함께 반미(反美) 전선에 설 같은 뜻을 지닌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