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채서 발견된 법구, 자승스님으로 잠정 확인…외부 출입자 없어"

DNA로 신원 확인 및 유서형태 메모 필적감정 예정…국정원도 현장점검

(서울·안성=연합뉴스) 하채림 강영훈 김솔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69)이 입적한 칠장사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30일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을 벌였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안성경찰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은 오전 11시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합동으로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 참여 인원은 17명이다.

합동 감식팀은 최초 발화점과 소훼 형태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는 데에 주력했다.

정밀 감정이 필요한 잔해는 수거했다.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의 연소 패턴 등을 살펴보며 발화 원인과 확산 경로 등 전반적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감정이 필요한 잔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합동 감식과 더불어 사찰 내외부에 설치된 CCTV에 대한 전수 분석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CCTV 영상 분석 결과, 불이 난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는 자승스님 외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자승스님이 화재 당일 칠장사에 도착한 오후 3시 11분부터 요사채에서 최초 불길이 목격된 오후 6시 43분까지의 CCTV 영상을 면밀히 살펴본 끝에 이 같은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CCTV에는 자승스님이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플라스틱 통 2개를 들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승스님이 가지고 있던 플라스틱 통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그리고 화재와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수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은 경내 다른 장소에 있던 주지스님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요사채 내에서 발견된 법구가 자승스님이 열반한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면서도,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량 내에서 나온 2장 분량의 메모에 대해서는 필적 감정을 할 방침이다.

이 메모에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라며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고 칠장사 주지 스님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이 들어 있었다.

국가정보원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자승스님이 불교계 유력인사이고, 사찰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 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안보 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6시 50분께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불이 나 자승스님이 입적했다.

자승스님은 조계종 33대와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조계종 고위 인사로, 서울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맡고 있다.

조계종은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승스님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조계종 대변인인 우봉스님은 자승스님과 관련,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s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