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미국서 일반인 대상 '오징어 게임' 체험 공간 문 열어
참가자들 "드라마 오겜 열성 팬…가족·친구와 추억 쌓으러 왔어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넷플릭스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모방한 여러 게임을 일반인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놀이공간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처음으로 개장했다.
2021년 공개돼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기가 식지 않는 이 드라마의 일반인 팬들을 겨냥한 즐길거리다.
'스퀴드 게임: 더 트라이얼 익스피리언스'(Squid Game : The Trials Experiences)(이하 체험존)라는 이름으로 LA 시내 중심가 CBS 스튜디오의 한 층에 꾸며진 체험 공간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6개의 게임 존으로 구성돼 한 게임당 최대 40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제법 알차게 꾸며져 있었다.
최소 39달러(약 5만2천원)를 내고 티켓을 구매하면 기본적으로 5개 게임에 참가할 수 있다.
개장 첫날인 6일 오후 1시(현지시간)부터 온라인으로 미리 티켓을 구매한 일반인 참가자 20여 명이 체험존에 찾아왔다. 남성이 좀 더 많았지만, 여성도 적지 않았고, 연령대도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백인과 흑인, 라틴계, 아시아계 등 인종 구성도 다채로웠다.
콜로라도주에서 사는 레비-로렌조 트루히요(34)는 10대 아들 둘과 함께 여행 일정 중 하나로 이곳을 찾게 됐다고 했다.
트루히요는 "아이들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데, 체험존이 생겼다면서 가자고 졸라서 함께 오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작은아들 앤드루 곤잘로 트루히요(13)는 오징어 게임 속 여러 게임 중 "유리 바닥이 깨지는 게임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고, 큰아들 레비-로렌조 트루히요 주니어(14)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영어명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를 직접 해볼 수 있어서 기대된다"고 했다.
첫 번째 게임은 '메모리 스텝'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 속에서 바닥 유리가 깨지지 않는 곳을 찾아가야 게임을 모방한 것이었다. 체험존에서는 유리가 깨지지 않았지만, 유리를 잘못 밟으면 게임에서 탈락하고 제대로 밟아 끝까지 도달하면 점수를 얻게 되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미리 공지된 '안전한' 유리의 위치를 기억했다가 게임이 시작된 뒤 찾아가야 했는데,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였지만 막상 불이 꺼진 뒤 발걸음을 떼고 보니 매우 헷갈렸다.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참가자가 이 게임에서 탈락했고, 단 1명만이 '살아서' 끝까지 도달했다.
두 번째 게임은 달고나 과자 떼기와 구슬치기를 결합한 듯한 형태로, 구슬을 던져 동그라미, 세모, 네모, 우산 모양의 그림 안에 넣어야 하는 게임이었다. 테두리 안에 구슬을 올린 참가자가 테두리를 벗어난 나머지 구슬을 다 갖게 된다.
이 게임 역시 바닥의 굴곡 탓에 구슬을 테두리 안에 넣기가 보기보다 훨씬 어려웠다.
세 번째 게임은 두 팀으로 나뉜 참가자들이 각각 다른 구역으로 들어가 모형 배에 탄 뒤 상대편 배의 위치를 찾아내 침몰시키는 게임이다.
같은 팀원이 모두 한배를 탄 운명이다 보니 상대 팀의 배가 침몰했다는 알림이 스크린에 나올 때마다 모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어 상자 안에서 도구를 이용해 모형 인체 장기를 꺼내는 게임을 거친 뒤 대망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체험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손목에 참가 번호가 쓰인 밴드를 착용하는데, 게임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센서가 참가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해 탈락자에게 진동 신호를 보냈다.
넓지 않은 실내 공간이었고 제한 시간은 5분으로 넉넉했지만, 1분도 채 되지 않아 탈락자들이 속출했다. 탈락자들은 아쉽다는 얼굴로 게임 구역을 빠져나갔다.
이어 스푼에 모형 계란을 올려놓고 상대방의 스푼을 손으로 쳐 떨어뜨리는 방식의 마지막 게임으로 우승자 1명이 가려졌다. 다부진 체격의 젊은 남성이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프론트맨' 분장을 한 진행요원이 반짝이는 빨간색 가면을 선물했다. 우승자는 드라마에서처럼 'VIP 라운지'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즐길 기회를 얻었다.
게임을 모두 체험하는 데는 총 70분가량 걸렸다.
체험을 끝낸 루이스 매키(38)는 "정말 재미있었다. 아직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긴장됐고, 어려웠다. 배틀십(배 침몰 게임)이 특히 흥미로웠다"며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는 내가 마치 드라마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짜릿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구들에게도 이 체험을 추천하고 싶다"며 "함께 하기에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고, 유대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내와 함께 참가한 중국계 미국인 제이슨 청(42)은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어서 아내와 함께 왔는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와 함께 온 친구 샘 렁(50)도 자신의 나이를 얘기하며 "이 나이에도 게임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탈락하긴 했지만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가 특히 재미있었다"며 "조만간 더 많은 친구와 함께 오려고 한다. 다음번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열성 팬이라며 "시즌 2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넷플릭스 측은 이 체험 공간을 내년 1월까지 연 뒤 이용자 반응 등을 보고 연장 운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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