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등 노동자 이동 수단도 확보돼…북러 함구 속 국제사회 주시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문제가 국제사회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러시아 현지에서 북한인 파견을 요청하는 기업과 지방 정부의 요구가 계속돼 눈길을 끌고 있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현지 취업정보업체에는 북한을 비롯해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서 값싼 노동력을 확보해달라는 러시아 기업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징집 등 영향으로 젊은 층이나 전문가 등 상당수가 러시아를 빠져나가고, 예전부터 러시아로 많이 들어왔던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회원국 소속 노동 이민자 수도 줄어 현지 인력난이 심화한 까닭이다.

러시아 국민경제행정 대통령대학교 산하 사회 분석·전망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일선 현장에서 일한 전체 외국인 근로자 수는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350만명 정도로 나타났다.

앞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전에는 외국인 근로자 450만명가량이 러시아에서 일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 감소는 루블화 가치 약화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관련 불안감 등으로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현지 취업정보업체들은 "인력 부족과 임금 인상 상황 속에 많은 기업이 러시아어를 할 수 없는 외국인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심지어 북한 인력을 구해달라는 요청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극동 연해주에 있는 건설기업들도 2025년까지 예정된 작업량을 고려할 때 북한 노동자 고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 유치를 희망하는 것은 비단 기업뿐만이 아니다.

작년 12월 시베리아지역 노보시비르스크주 정부도 지역 건설 현장에서 일할 북한 노동자 2천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1946년부터 옛소련과 러시아에 노동력을 공급해 왔다.

러시아도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인건비가 싸고 숙련도가 높은 북한 노동자를 특히 선호한다.

그러나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채택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는 제3국에서 북한 노동자를 이용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9월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여러 방면에서 밀착하면서 국제사회는 다시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작년 8월 북한 고려항공이 평양∼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운항을 재개하면서 이동 수단도 확보된 상황이다.

현재까지 러시아와 북한 모두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재개에 대해 구체적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통제 수단이 없다는 점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노동력이 부족한 러시아와 외화벌이가 필요한 북한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 반발에도 향후 러시아로 향하는 북한 노동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