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협상·압박카드이자 '당정 변화' 요구도 부응…폐기·재발의 땐 당내서도 호응 가능성
원외대표 한계론 맞서 "소수 친한계로 다수 친윤계 움직일 지렛대 활용"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김치연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내 반대 의견에도 '제삼자 추천 방식 채상병특검법' 추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다층적 포석을 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야당을 향한 협상·압박 카드로 유효하다는 게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다. 채상병 순직사건 진상규명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정쟁을 목적으로 '야당 추천 특검'만 고집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극한의 대치 상황에서 '독소 조항'을 제거해 새로운 협상의 공간을 제시한 여당과, 이를 거부하는 거대 야당의 의회 독주를 대비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전 대표께서 제 제안을 그냥 거절했던데, 오히려 그 이유를 묻고 싶다. 왜 진실규명을 하기 위해 꼭 민주당이 정하는 특검이 수사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당 내부적으로는 전당대회 표심으로 드러난 당정관계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특검 도입에 찬성 여론이 높은 점도 작용했다.
한 대표는 전날 SBS 인터뷰에서 "지금 이 사안에 대해 쳇바퀴 돌듯이 특검이 계속 오는 상황"이라며 자신의 제삼자 추천 방식 특검법은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윤(친윤석열)이든 친한(친한동훈)이든 현재의 민주당 특검법에는 '단일대오'로 반대표를 던지겠지만, 만약 25일 재표결에서 부결되고 야당이 특검법을 재발의할 경우 자신의 대안이 당내에서 호응을 얻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제삼자 추천 특검법의 발의되는 순간 친한계뿐 아니라 상당수 의원이 동조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제삼자 추천 특검법에 여야 원내지도부가 모두 난색을 보이지만, 한 대표가 표현한 것처럼 '쳇바퀴 돌듯' 특검법이 또 발의되면 한 대표의 대안이 민주당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민주당의 수용 여부를 떠나 한 대표가 '원외 당 대표'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당 장악력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친윤계가 주류인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제삼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도 민주당의 '탄핵 프레임'에 휘말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은 이날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 "당 대표가 이래라저래라할 얘기는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직전 의원총회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가 중심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큰 한 대표를 향한 견제구였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로선 거듭 발의되는 특검법을 최종 폐기하려면 108명의 단일대오가 유지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소수에 불과한 친한계 의원들이 제삼자 추천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힐 경우 다수의 친윤계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우리 당은 민주주의적 정당이고, 당내 최고위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이견을 좁혀가며 토론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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