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데도 안가"…주도적 국정운영 의지 짐짓 천명

지도력 손상에 실현 글쎄…대통령의 전통적 굴욕시기

"레임덕에 적수 대담해져"…네타냐후 25일 회동이 첫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 논란 끝에 재선가도에서 밀려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남은 6개월 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오후 8시 대국민 연설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난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면서 각종 국내외 현안을 풀어내며 국정을 주도해 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도력에 이미 심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평가돼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 관련 기사에서 "그는 이제 백악관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생명체가 됐다. 바로 레임덕(lame duck·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절름발이 오리에 빗댄 말)이다"라고 평가했다.

NYT는 "전통적으로 이는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절망스러운 시기"라면서 "세간의 이목은 잠재적 후임자에게 쏠리고 의원들은 대형입법을 통과시키는 대신 선거운동에 몰두한다. 세계 지도자들도 차기 정부를 어떻게 대할지 등과 관련한 전략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지난주부터 델라웨어주 별장에 머물다 이날 백악관에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레임덕에 직면한 과거 대통령들이 그랬듯 "난 어디도 가지 않는다"며 곁다리로 밀려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복귀 직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는 24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내가 미국 국민을 위해 어떻게 이 과제를 마무리 지을지"를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22일 선거본부 지도부와 한 전화통화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내 대통령 임기는 6개월이 남아 있고, 외교정책과 국내정책 모두에서 할 수 있는 한 많은 일을 해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멈추고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내 생각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기 직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저 벌어지는 상황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으로 남은 임기를 보내길 원치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년반 동안 이뤄낸 것들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업적을 세워 일종의 유산을 남기려 할 것이란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선 가자전쟁을 종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동의 안보지형을 재편하는 수준의 뭔가가 필요할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다.

문제는 레임덕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런 난제를 풀어낼 정도의 영향력이 남아 있느냐다. NYT는 "그(바이든)는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면 그게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네타냐후는 가자전쟁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을 특별히 존중하거나 따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되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는 양쪽 모두와 관계를 가지고 관망할 유인이 더 커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방식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합의를 추진할지도 의문이다. 트럼프는 (재선되면)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프린스턴대학 소속 역사학자 줄리언 젤리저는 "레임덕이 되는 건 (임기만료로) 떠날 대통령을 자유롭게 해주지만, 그와 동시에 그 인물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 국내외의 적수들을 더 대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임기말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어려운 입장에서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이 지닌 마지막 수단은 의회의 동의 없이 행사 가능한 행정 권한이지만, 이 역시 차기 대통령이 들어서면 손쉽게 원점으로 되돌려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새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지를 표명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주에 잡혀 있던 나머지 일정은 모두 취소한 상태다.

25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는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그곳에서 주말을 보낼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