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의원 배우자 매수하려 한 범행…'사적 수행' 측근에 책임 전가"

변호인 "간접 정황만으로 기소, 무죄 선고돼야"…'시효 만료 후 기소' 주장도

내달 13일 오후 2시 선고…檢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수사에도 영향 미칠 듯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25일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오전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씨의 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본건은 피고인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되게 하기 위해서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를 매수하려 한 범행으로, 기부행위 금액과 관계없이 죄질이 중하다"며 이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기부행위 대상자들은) 당시 4선 의원, 전직 국회의장들의 배우자이며, 이들 전·현직 의원은 민주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진·원로 정치인"이라며 "배우자에 대한 기부행위 역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통상의 기부 행위와 차원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본건 외에도 추가 4건의 기부행위(공소시효 만료)를 저질렀고, 본건은 계속적, 반복적, 조직적, 계획적 기부행위 중 일부"라며 "피고인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공무원을 이 범행에 이용한 행동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마치 검찰이 증거도 없이 법리에 반해 기소한 것처럼 쟁점을 흐리고 상식에 어긋나는 변명을 하며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10년 이상 사적 용무를 해온 측근 배모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반성의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 점 등도 양형 요소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7분부터 약 1시간 20분간 ▲ 공소사실 요지 ▲ 피고인과 공범 간 공모관계 인정 근거 ▲ 피고인과 증인들의 허위 증언 및 근거 없는 주장 등을 피력하며 최후의견을 발표한 뒤 구형했다.

오후에 재개된 재판에서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문제의 식사 모임 전후의 선거운동 과정, 식사모임 결제 행태, 피고인과 배 씨와의 관계 등 간접 증거만 나열하며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는 인상을 남기는 데 주력했으나, 논리나 경험칙이 부재한 간접 정황만으로 공소사실이 인정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제시한 이 사건 제보자의 녹취록 등 증거에 대해서는 "제보자는 이 사건 식사가 있기 열흘 전부터 상사인 배씨와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고, 이를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에 언론에 제보했다. 이재명과 피고인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증거를 수집한 것이 명백하다"며 "그런데도 이 광범위한 녹음에는 피고인이 배 씨와 공모 또는 가담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는데, 이 점이 바로 피고인이 혐의가 없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김 씨에 대한 선거법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후 공소제기가 이뤄졌기 때문에 면소판결이 내려야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2022년 9월 8일 배씨를 먼저 기소하고 공범 관계인 김씨에 대해서는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범이 기소되면 나머지 공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판단하고 배 씨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인 올해 2월 14일 김씨를 기소했는데, 이날 변호인은 김씨와 배씨에게 적용된 선거법 조항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공범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배씨는 제3자 기부행위를 제한한 선거법 115조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단을 받았고, 피고인은 후보자와 그 배우자 등의 기부행위를 제한한 같은 법 113조로 기소됐다"며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는 없지만 배씨의 기소로 피고인의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변호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날 진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김 씨는 피고인 최후진술을 통해 4분간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남편이 비주류 정치인으로 살면서 많은 탄압을 받았다. 그래서 저는 항상 '꼬투리 잡히지 말아야지' 하며 긴장하고 산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2006년 지방선거 나왔을 때 '돈 없는 선거'하며 욕을 많이 먹었다. 남편 신념이 강했다. 식사 자리에서 밥값 안 내고 가느냐고들 했다"며 "그래서 그 이후에 밥을 먹지 않거나 식사 자리에서 인사만 하고 나오는 식으로 선거운동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식사비에 대한 의논이나 협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부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이냐 하는데, 큰 원칙이라 따로 지시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어찌 되었든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저의 불찰이다. 반성한다. 재판장께서 현명한 판단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 전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3명에게 총 10만4천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김씨 측은 재판에서 "당시 피고인은 다른 동석자들도 각자 계산했을 거라고 생각했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동석자 3명의 식대를 결제한 사실을 피고인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 측은 "피고인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대통령 후보 경력을 가진 이재명 배우자로 수차례 선거 경험을 했다"며 "타인과 함께 식사할 경우 대접받지도, 하지도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선고재판은 다음 달 13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이 전 대표와 김씨 등에 대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업무상 배임 혐의) 사건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카드를 실제로 결제하거나가 결제를 지시한 배씨와 김씨 간 공범 관계를 재판부가 인정한다면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겠지만, 이와 반대된 판단이 나올 경우 수사 동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