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접수 시작에 사옥 내부 발디딜 틈 없는 인파…경찰, 현장 통제
'오늘 1천명만 환불' 오후 공지에 아수라장…티몬 "자금 여력 30∼40억"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이미령 최원정 기자 =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건물에는 정산 지연 사태로 직접 환불을 받으려는 소비자 수천명이 몰려들었다.
전날부터 계속된 소비자들의 항의에 결국 현장 환불을 시작한 티몬 측에서 이날은 1천명 이상 환불이 어렵다고 공지하자 현장에서는 고성이 터져나오며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현재 티몬 신사옥 내외부에는 환불 받으려는 소비자 2천50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새벽부터 현장에서 환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각지의 소비자들이 줄지어 티몬 본사로 모여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사옥을 찾는 소비자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사옥 내부에는 점점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몰려든 인파에 압사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전날부터 티몬 본사 앞에 모여든 소비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순번표에 따라 환불 신청이 시작됐는데 이날 오후 3시께 2천600명을 채웠다.
현장 직원 4명 정도가 지하 1층 사무실에서 이름과 전화번호, 주문번호 등을 받아 환불 신청을 받았다.
오후 4시께에는 티몬 관계자가 신사옥 앞에서 "오늘은 1천명에 대해서만 환불해드리겠다"고 말해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약 300명에게 준비된 유보금 10억원가량을 환불했다면서 자금 부족으로 1천명 이상의 환불은 어렵다고 부연했다.
현장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소비자들은 "회사에 왜 돈이 없냐", "나머지 사람들은 어쩌란거냐"며 격한 고성을 내질렀다.
티몬은 당초 건물을 폐쇄했다가 전날 몰려온 소비자들이 귀가하지 않고 항의성 시위를 이어가자 결국 현장 환불을 시작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이날 오전 0시 40분께 소비자 수백여명이 몰려든 티몬 신사옥 지하 1층을 찾아 "위메프 대응보다 많이 지연된 점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자금 사정이 여의찮아서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드리기는 힘들 것 같고 순차적으로 해결해드리려고 계획을 잡고 있다"며 "성수기이기도 하고 많은 분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일단 여행 상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단 부분만 알아달라"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유보금으로 30억∼40억원가량의 환불 자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티몬 홈페이지를 통해 환불 접수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 소비자들이 "어떻게 믿고 집에 가느냐"고 반발하면서 오전 2시께부터 티몬 관계자들이 현장 환불 접수를 시작했다.
경찰과 소방은 수천 명이 몰린 현장을 통제하기 위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인근 이면도로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티몬 측의 오락가락한 대처도 현장 혼란을 더했다. 티몬 측은 오전 10시께 당초 종이로 받던 환불 신청서를 QR코드를 통한 전산으로 바꾸겠다고 해 '이미 접수한 사람은 어쩌느냐'는 항의에 부닥쳤다.
이후 마련한 QR코드 링크가 접속자 폭주로 여러 차례 바뀌며 불만은 가중됐다.
이날 오전 티몬 신사옥 앞에서 만난 이모씨는 "9월 초에 떠나는 250만원짜리 사이판 여행 상품을 결제했는데 여행사에서 취소당했다. 어떻게든 돈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어제 출근도 안 하고 오전 9시부터 와서 기다렸다"며 "어제 땡볕에 밥 한끼 먹고 오늘은 씻지도 못했는데 환불액 입금되는 것 보고 출근하려고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현장 환불 접수 소식에 오전 2시에 용산구에서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는 황모(39)씨는 "추석 맞이 가족 여행을 가려고 600만원을 주고 여행 상품을 샀다"며 "피해자들 단체 카톡방에서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돈만 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새벽에 소식을 듣고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밤을 새운 이들은 지하 1층 사무실 책상에 엎드리거나 바닥에 앉아 눈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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