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 이어 방송 4법도 거부권·재표결 폐기 수순 전망
'방통위원장 임명·野 탄핵안 발의' 태세…도돌이표 여야 대치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연정 기자 = 22대 국회가 30일로 개원한 지 두 달을 맞았지만, '방송 4법' 등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치는 실종됐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쳇바퀴 정국'이 펼쳐지면서 22대 국회는 사실상 두 달간 본회의에서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동안 여야가 처리에 합의한 법안이 아예 없는 데다 야당이 단독 처리한 22대 국회 1호 법안인 '채상병특검법'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 재표결 과정에서 폐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본회의 통과가 완료된 '방송 4법'도 채상병특검법처럼 거부권 행사, 재표결을 거쳐 폐기가 유력시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25일부터 엿새에 걸쳐 단독 상정해 처리한 방송 4법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4개 법안을 '야당의 공영방송 영구장악 악법'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고, 윤 대통령도 거부권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통위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방송 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들 법안은 재표결을 거쳐 최종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재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하면 이들 법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 문제도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했으며, 이르면 31일 임명 강행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여권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고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도 임명해 다시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될 경우 즉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8월 국회에서도 여야 대치 정국은 한층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민주당 당론 법안인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두고도 여야는 '야당의 법안 상정→여당 필리버스터 돌입→야당 단독 처리' 수순의 소모전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31일 법사위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한 뒤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또다시 각 법안에 대해 24시간 필리버스터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8월 임시국회로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친 대법관 후보자들의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도 함께 뒤로 더 밀릴 수 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뒤 기자들을 만나 "현재로서는 1일 본회의에서 확실히 처리하겠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현재로서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 및 이에 대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여지를 뒀다.
그는 "(방송 4법과 관련한) 5박 6일 필리버스터로 우원식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이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점이나, 주말에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된 점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해당 법안들의 처리에 더 시간을 둘 수 있음을 시사했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