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왔다갔다 하던 길인데" 보도블럭엔 핏자국 남아 '참혹'
"조용하고 친절했던 동료"…두 아들 둔 피해자 빈소엔 유족 통곡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일본도 살인 사건이 나기) 10분 전에 여자친구랑 현장을 지나갔어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는데 그런 일이 생겼다고 하니까…"
30대 이웃이 휘두른 날길이 75㎝의 일본도에 40대 가장이 목숨을 잃은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30일 만난 김언준(29)씨는 이렇게 말하며 몸서리를 쳤다.
이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 범행이 발생한 것은 전날 밤 11시 30분인데 바로 10분 전인 오후 11시 20분에 여자친구와 정문을 지나갔다는 것이다.
김씨는 "승강기에서 마주친 사람들 모두 움찔거렸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주민이 귀가해 편히 쉬는 시각에 이웃이 일본도에 살해된 끔찍한 사건이 주민들에게 상당한 불안과 공포를 안긴 탓이다.
김씨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면 모방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무섭다"고도 했다.
범행은 주민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오가는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벌어져 충격을 더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아파트 단지 정문이었지만 보도블록에는 피해자가 흘린 핏자국이 남아 있어 사건이 벌어진 전날 밤의 참혹함을 상기시켰다.
범행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 인근 주민 권분자(60)씨는 "산책하러 만날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권씨는 피해자가 어린 두 아들을 둔 가장이라는 소식에 "세상에,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고…"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한 남성은 사건 소식을 듣고 일부러 나와봤다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참 범행 현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피해자의 빈소에는 통곡이 울려퍼졌다. 변을 당한 피해자는 43세의 가구회사 직원으로 초등학교 3학년생과 4세의 두 아들을 둔 아버지로 알려졌다.
유족은 황망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초등학생인 피해자의 장남도 상복을 입고 어머니 옆을 지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피해자와 1년간 한 팀에서 근무했다는 한 직장동료는 고인을 다정다감하고 친절했던 동료로 기억했다. 그는 "일 요청을 드리면 늘 잘 도와주시려고 했다"며 "혼자서 일을 하시려는 성격이셨지만 친절한 분이셨다"고 돌아봤다.
경찰은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같은 단지 주민을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로 A(37)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잠깐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왔던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A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하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피해자와는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hu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