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손실 4000억" … 괴물 물고기와의 전쟁

[태국]

식품회사가 실험 위해 가나서 수입
전문가들 "근절 가능성 보이지 않아" 

태국이 외래종 어류 '블랙친 틸라피아'의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에서 갑자기 늘어난 이 어류로 인해 수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하자 정부는 포상금까지 거는 등 '괴물 물고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5일 영국 BBC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2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의 강, 하천, 습지, 맹그로브숲에서 블랙친 틸라피아만 133만2000㎏을 잡아들였다고 밝혔다.
틸라피아는 중앙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민물고기다. 블랙친 틸라피아는 틸라피아의 한 종류로, 살코기가 많아 식용으로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은 물고기나 물고기 알, 새우, 달팽이 유충 등 태국의 주요 양식 산물을 먹어치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블랙친 틸라피아는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최대 500마리의 알을 낳을 수 있는 등 번식력이 매우 강하다. 이로 인해 태국 곳곳의 수로를 통해 개체 수가 빠르게 늘면서 지금까지 태국 76개주 가운데 19개 주에서 발견됐다. 이 물고기가 태국 경제에 미친 손실은 최소 100억바트로, 한국 돈으로는 약 394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태국 당국은 블랙친 틸라피아를 '가장 침입적인 종'으로 규정하고 박멸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당국은 틸라피아 1㎏을 잡아오는 주민에게 15바트(약 592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그 결과 방콕 교외에는 블랙친 틸라피아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바다로 몰리기도 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또한 당국은 개체수 조절을 위해 블랙친 틸라피아의 천적으로 알려진 민어와 긴수염 메기를 호수에 풀어 틸라피아를 사냥하게 했으며, 올해 말 '불임 자손'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틸라피아를 호수에 방류할 방침이다.
블랙친 틸라피아가 어떤 경로로 태국에 반입됐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당국은 14년 전 태국의 대형 식품회사가 실시한 실험이 확산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동물 사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10년 말 가나에서 블랙친 틸라피아 2000여마리를 수입했다. 이 회사는 수입한 모든 물고기는 죽었고, 제대로 땅에 묻혔다고 주장했지만 태국 현지 방송사인 PBS는 이 회사의 실험실이 위치했던 지역에서 블랙친 틸라피아가 확산됐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틸라피아 개체수 조절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태국 왈라일락대학교의 수윗 우티수티메타비 박사는 BBC에 "블랙친 틸라피아의 서식 범위를 제한할 수 없을뿐더러, 자연에 있을 때 지속적이고 빠른 번식 주기를 갖는 특성이 있어 근절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