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목표 가격 포기
점유율 회복 위해 12월부터 증산
사우디발 공급 부담에 유가 급락

중동 산유국의 실질적인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1 배럴당 100달러를 지향한다던 목표를 포기하고 가격경쟁에 나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로 했다.
26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사우디는 오는 12월부터 생산량을 늘릴 준비를 하면서 원유가격 경쟁에 다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의 증산 목표가 확인되면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이날 시장에서 3% 가까이 하락한 배럴당 70달러대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67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사우디가 증산하기로 한 것은 이들의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사우디는 원유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22년 11월 이후 다른 오펙 플러스 회원국들과 함께 반복적으로 생산량을 감축해 왔다. 브렌트유 가격은 2022년 배럴당 평균 99달러를 기록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미국은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생산량을 늘리면서 사우디와 대적해왔다. 유가는 물가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사우디가 오펙 플러스를 앞세워 미국의 증산 요청을 거듭 무시했음에도 자국 생산량을 늘려가면서 이들의 저항을 무력화한 것이다. 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의 혼란으로 80달러대를 오가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7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는 예산의 균형을 위해 배럴당 100달러에 가까운 원유 가격이 필요하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야심찬 경제 개혁 프로그램의 핵심인 일련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원유 시장에서 미국의 입김이 커지면서 사우디는 이제 시장 점유율마저 뺏길 위험에 처했다.
사우디는 증산 대신에 외환 보유고를 활용하거나 국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 같은 자금옵션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세계금융시장을 좌우하는 미국에 더 종속될 위험을 안고 있다. 10년 전에도 사우디는 유가를 떨어뜨려 미국 셰일 산업의 급속한 부상을 저지하려고 했고, 석유 가격의 100달러 시대는 빠르게 허물어졌다.
사우디는 최근까지 오펙 플러스의 감산량 대부분을 떠맡아 지난 2년간 하루 200만 배럴씩 생산량을 줄였다. 이는 회원국의 감산량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사우디의 최근 생산량은 2011년 이후 최저치인 일일 890만 배럴에 불과하다.
사우디는 생산량을 12월부터 매달 8만 3000배럴씩 생산량을 늘려 2025년 12월까지 일일생산량 기준 100만배럴까지 증산할 계획이다. 사우디가 미국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은 이라크와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몇몇 오펙 회원국이 감산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