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안가고 "전쟁책임 직시안해" 쓴소리도…한일관계, 기시다 외교기조 계승 관측
측근·무파벌 전진 배치 속 20명 중 12명 첫 입각…'비자금 스캔들' 아베파는 배제
국회 해산 후 오는 27일 3년 만에 총선 실시…야당 "국회 경시, 꼭 이길 것" 반발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67)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1일 총리로 선출됐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각각 과반 표를 얻어 무난하게 총리직에 올랐다.
1885년 내각제 도입 후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 이후 제102대 총리다.
이시바 총리는 12선 의원으로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방위상 등을 지냈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며,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는 글을 싣기도 했다.
이런 행보로 인해 다른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인사들과 달리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이시바 집권 기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축한 한일관계 협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가 방위력 강화를 주창해왔고 이런 점에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가능성도 있어,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과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
그는 이날 오후 새 내각을 정식으로 띄운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맞섰던 자민당 비주류인 이시바 총리는 새 내각을 측근 의원과 무파벌 인사로 구성했다.
자신을 포함해 각료 20명 중 12명이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았다.
작년 말 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인물이 많은 최대 규모 '아베파' 출신 의원들은 각료직에서 모두 배제됐다.
또 각료 중 13명이 이전에 각료를 지낸 경험이 없는 인물들이다.
이는 여론의 지탄을 받은 정치자금 스캔들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총리는 측근 안보 전문가도 내각에 중용했다.
외무상에 총재 선거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을, 방위상에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을 각각 기용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2019년 9월 방위상 퇴임 전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한미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 자리에는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한 옛 '기시다파' 2인자이자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유임시켰다.
내각 출범과 함께 일본 정치권은 총선 체제로 본격 전환한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새 정권은 가능한 한 일찍 국민 심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중의원을 조기 해산해 오는 10월 27일 총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내각 출범으로 국민 기대가 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당 지지율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서둘러 유권자 판단을 받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가장 최근에 총선이 실시된 것은 3년 전으로 기시다 정권 때인 2021년 10월이다.
이시바 총리가 선출 전날 중의원 해산과 총선 일정을 발표한 데 대해 "국회 경시"라고 반발했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이날엔 "이번 중의원 선거는 어떻게든 이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기시다 내각은 이날 오전 총사직했다. 기시다 전 총리 재임 일수는 1천94일로 일본 총리로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8번째로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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