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구글, 美당국 해체 검토 입장 발표 몇시간 만에 노벨상 '쾌거'

AI 영향력 입증…반독점 규제 고삐 속 부작용 우려도 고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미국 정부의 해체 검토 위기 속에 자사 출신 노벨상 수상자를 연달아 배출하며 울고 웃었다.

9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발표한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 3명 가운데 '알파고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구글의 AI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전날에는 구글 부사장을 지낸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현재까지 구글 전·현직자 3명이 올해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구글 출신들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 "전통적인 첨단 기술업계 범주를 훨씬 넘어선 영역에서도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으며, 과학과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을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컴퓨터 과학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 부상하던 1960년대만 해도 명칭에 '과학'이 들어간 학문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컴퓨터를 현미경이나 시험관 같은 연구 도구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AI기술의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컴퓨터과학이 천문학, 생물학, 화학, 의학, 물리학 등 과학 분야 전반에서 새로운 발견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오렌 에치오니 워싱턴대 컴퓨터과학 명예교수는 AI 과학자들의 연이은 노벨상 수상에 대해 올해는 노벨위원회가 인공지능을 주목한 해였다며 "인공지능이 과학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웠는지 인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 출신들이 잇따라 노벨상을 받은 '승리의 순간'은 그러나 그 몇시간 전 미국 반독점 당국의 '구글 해체 검토' 입장 발표로 상당 부분 퇴색됐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앞서 전날 구글의 온라인 검색시장 독점에 따른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사업 일부를 매각하도록 워싱턴DC 연방법원 재판부에 제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구글의 검색 독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능 제공에 독점력을 활용하는" 구글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었다.

구글 AI과학자들의 노벨상 수상과 규제당국의 압박은 또한 기술업계가 더 강력한 AI 시스템 만들려는 노력이 어떤 파장을 야기할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은 AI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규제당국은 이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AI 붐 이후 관련 분야 연구자들도 AI 기술이 인류에 해를 끼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해왔으며, 이들 중에는 올해 노벨상을 받은 구글 출신들도 포함돼있다.

허사비스는 AI 기술이 신중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나아가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그를 비롯한 딥마인드 창립자들은 구글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딥마인드의 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과 기술이 오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독립적 이사회 설립을 요구했다.

허사비스는 노벨 화학상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도 AI 기술이 "선한 목적을 위해 쓰일 훌륭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를 끼치는 데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사비스는 자신이 구글 안에 남는 것이 AI 기술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봤지만, 힌턴은 AI의 위험성에 대해 더 자유롭게 경고하고자 지난해 4월 구글을 떠났다.

힌턴은 전날 노벨 물리학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면서 이번 수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경고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