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현재 궁 밖 행위 제지 근거 없어…유사 사례 예방 위한 규정 검토"
문화재 관람 예절·표현의 자유 종종 충돌…日신사·中자금성서 논란도
한 외국인이 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기대 요가를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궁궐 안팎 지켜야 할 규범에 궁금증이 쏠린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베트남인 관광객 H씨가 경복궁 광화문 옆 돌담 앞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고난도 요가 동작을 취하는 모습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며 촉발됐다.
H씨의 행위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비판 여론이 빗발쳤다. 한국의 역사적 장소에서 레깅스를 입고 요가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며,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등 반응이었다.
이에 H씨는 자기 행동이 규정 위반이 아니라며 "모두가 각자의 선호도가 있고 우리는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그의 행위를 제지할 근거가 있을까.
당국은 "궁 밖의 행위는 제지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7일 H씨가 사진을 찍은 곳이 서울광장 맞은편 경복궁 외부 돌담길로, 경복궁 경내에 해당하지 않아 제지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복궁 경내에서 요가복 착용 후 요가 동작을 촬영했다면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람객의 관람에 방해가 되는 행위로 퇴장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4대궁(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종묘관리소, 세종대왕유적관리소 및 조선왕릉지구관리소의 공개 및 관람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 제6조에 따르면 운동·놀이기구, 악기, 확성기를 소지하거나 음주, 복장, 무속행위, 방언, 풍기문란 및 기타 부적절한 행위로 다른 사람의 관람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 입장 제한 및 관람 중지 조치를 할 수 있다.
당국은 다만 향후 궁 밖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궁능유적본부는 "궁궐 이미지에 적합하지 않은 행위를 발견 시 계도 조치 하겠다"며 "담벼락에 단순 신체 접촉이 아닌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경우 발견 시 제재하고 필요시 경찰에 신고 조치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H씨와 같은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규정 마련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궁능유적본부는 "입장 제한 및 관람 중지 조항이 있으나 이번 건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며 "필요한 경우 관련 규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유산을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지난해 경복궁 담장을 낙서로 뒤덮어 사회적 공분을 산 10대 2명과 이를 사주한 30대 남성은 현재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문화재에 대한 관람 예절과 관람객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일은 최근 국내외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의 한 신사에서 칠레 국가대표 출신 체조선수 마리마르 페레스가 현지 상징물을 철봉처럼 잡고 매달리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사과한 바 있다.
또 지난달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릭 오웬스가 지인들과 함께 기괴한 화장에 이색적인 옷차림으로 중국 자금성을 방문했다가 보안 관계자에 의해 퇴장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win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