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모자 쓰거나 자택에 트럼프 지지 팻말…우클릭 뚜렷해진 듯
미국 민주당의 텃밭에서 외롭게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대선 후 환호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블루 스테이트'로 불리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 내 트럼프 지지자들은 '샤이 트럼프'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공개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인쇄된 모자를 쓰고 식당에 가거나 소셜미디어(SNS)에 선거 결과에 기뻐하는 표시를 하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
자택 정원이나 유리창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팻말을 설치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은 선거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이웃들에게 눈총을 받을 수 있는 금기였다.
보수성향 여론조사 기관인 트라팔가르 그룹의 로버트 커핼리 연구원은 "지금까지 숨어있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두 바깥으로 나오고 있다"며 "예전에는 대선이 끝나고도 일주일 이상 숨을 죽였겠지만, 지금은 숨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인 아성인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에게 패했지만, 지난 대선과 비교해 격차를 대폭 줄였다.
뉴욕의 부유층 거주지역인 롱아일랜드의 나소 카운티에서는 수십 년 만에 최초로 민주당 대선 후보를 꺾은 공화당 후보라는 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이처럼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도 '우클릭' 현상이 뚜렷한 만큼 지금까지 트럼프 지지자라는 사실을 숨겼던 유권자들도 좀 더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절대 우위 지역인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조너선 앨퍼트는 "트럼프 지지자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