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자와 결혼 서두르고 망명 신청
영주권자도 불안해 시민권 신청 늘어
유학생엔 "트럼프 취임 전 재입국해라"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을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두고 이민자들이 크게 불안해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했거나 합법적으로 체류할 법적 근거가 미약한 이민자들은 서둘러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하고 있다. 망명을 허가받을 가능성이 작아도 일단 신청해 절차가 진행되면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자와 교제 중인 이민자들은 결혼을 서둘러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이미 영주권이 있는 이민자들은 최대한 빨리 시민권을 받으려고 한다.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이용하는 스페인어 라디오와 TV, 사회관계망서비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 정책에 대한 정보를 연일 소개하고 있다. 이민 변호사와 불법 체류자 지원단체에는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한 이민 변호사는 "두려워해야 할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고, 영주권이 있어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찾아오고 있다. 모두가 겁에 질려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영주권이 있는 약 1천300만명과 허가 없이 입국한 이민자 약 1천13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트럼프 첫 임기 때 약 150만명을 추방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그 정도를 추방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첫 임기에만 300만명을 내보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로 한꺼번에 대규모로 추방하려고 한 적은 없으며, 이를 위해 방대한 구금 시설을 구축하지는 않았다고 뉴욕타임즈는 설명했다.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를 통해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이민자들도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다.
DACA는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와 불법체류하는 이들에게 추방을 면하고 취업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에 만들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DACA 제도를 없애려고 했으며, 현재 공화당이 정부를 장악한 주들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대학들은 유학생과 불법 체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와 웨슬리언대 등 몇몇 대학은 외국 학생과 교사, 직원에게 겨울방학에 본국을 방문할 경우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귀국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