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인척에 안부 전화 급증
여행업계, 정국 상황 예의주시
"비·상·계·엄"
50대 이상 한인들에게 비상계엄이란 단어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암울한 시간으로 안내한다. 당시 학생이나 직장인 신분이었던 한인들에게 비상계엄은 아무 것도 말할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릫불능릮과 동의어다. 그래서 50대 이상 한인들에게 비상계엄은 심리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이른바 릫셀프 계엄릮으로 불리는 비상계엄선포가 6시간 만에 해제되고 하루가 지났지만 비상계엄의 여파가 한인사회에서 크고 작은 여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계엄은 끝났지만 여전히 친지들의 안부가 염려되고 군대 나가 있는 조카들의 안위가 걱정되고 예약한 한국 여행 계획을 놓고 고민하는 등 계엄 해제 이후에도 불확실한 한국 상황에 한인들의 비상계엄 가슴앓이는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한인들의 비상계엄 가슴앓이를 놓고 뉴욕타임스(NYT)는 3일 계엄령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한국의 정치 상황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토랜스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조모씨는 지난 3일 오전 한국의 계엄령 선포 소식에 "놀라고 충격을 받았다"며 "비상계엄이라는 말을 보고는 마치 1980년 한국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조씨는 "계엄은 해제됐지만 어머니를 모시면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동생네 가족들의 안부를 묻기 위해 동생과 카톡을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는 유학 중에 한국으로 들어가 군입대한 조카의 안부가 여전히 걱정 거리로 남아 있다. 김씨는 "계엄 선포 당일 조카의 안부를 묻기 위해 한국에 있는 친지와 2~3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며 "다행히 영내에 대기하고 있어서 일단 안심을 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또 벌어질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인 최모씨는 계엄령 여파로 또 다른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이번 달 16일부터 연말까지 남편과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최씨는 "연말을 한국에 있는 가족과 보내려고 6개월 전에 항공권을 구입해 놓은 상태"라며 "대통령 탄핵을 놓고 정치적 갈등과 시위가 격렬해지면 자칫 또 다른 계엄 상황이 발생할까봐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엄 여파는 한인 경제계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특히 한인 여행업계는 한국 정세에 따라 여행 수요의 등락이 결정되는 만큼 계엄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계엄 상황이 단시간에 종료된 것은 한인 여행업계에겐 다행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한인 여행업체 대표는 "계엄이 조기 종료되면서 한국서 온 인바운드 여행객들은 예정대로 LA에 도착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그래도 정치 상황에 변수들이 있어 한국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