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카운티 인권위원회 집계 발표
지난해 1350건으로 45%나 늘어
인종 및 국적 증오범죄 가장 많아
반이민 트럼프 집권시 증가세 전망

올해 38살인 제시 알렌 린지는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린지의 증오범죄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 2021년 6월14일 새벽 1시 컬버시티에서다. 린지는 당시 한 아시안 여성을 무차별 폭행했다. 린지는 길을 걷던 한 아시안 여성을 따라가며 라이터나 담배를 요구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아시안 여성의 답이 돌아오자 마자 그는 "너, 아시안 남성, 한국인이지?"라며 "넌 여기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곤 곧바로 폭행이 시작됐다. 린지는 폭행을 하면서도 "백인 남자한테 인사도 못해? 내가 굿모닝이라고 말했는데 왜 대답을 안해"라고 말하며 욕설도 퍼부었다.
린지는 범행 후 증오범죄에 따른 가중 처벌을 피해 캘리포니아 떠나 도주했다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도주 행각은 끝이 났다. 최대 10년의 실형이 예상되는 린지는 검찰 신문에서 "피해 여성이 남성이라고 생각했고 아시안 무술로 자신을 공격할 것으로 느껴 자신을 먼저 방어한 것 뿐"이라는 황당한 설명을 내놨다. 증오범죄를 당한 피해는 컸다. 피해 여성은 머리와 귀에 입은 상처로 11바늘을 꿰매야 했고, 1년 넘게 지속적인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린지의 사례는 LA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증오범죄 중 한 사건에 불과하다. 증오범죄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LA 지역에서 나타난 증오범죄의 일상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11일 LA카운티 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A카운티에서 접수된 증오범죄 신고 건수는 모두 1350건으로 이는 전년인 2022년에 비해 45%(930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LA카운티에서 증오범죄 신고 건수가 1350건을 기록한 것은 인권위원회가 증오범죄 집계에 나선 이후 43년 만에 최고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수치도 실제 수치에 비해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견이 있다. 증오범죄 피해자들 대부분이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증오범죄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인원위원회의 분석이다.
지난해 증오범죄 신고 중 인종이나 국적에 의한 증오범죄가 가장 많았고 종교적 이유나 성정체성 관련 증오범죄도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트렌스젠터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125%나 급증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도 48%나 늘었다.
종교를 이유로 자행된 증오범죄도 90%나 상승했다. 특히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242건이나 발생해 2022년에 비해 91%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종별로는 흑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3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는 80건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증오범죄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반이민 공약을 앞세워 성소수자와 불법 체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보수적 정책을 취하면서 이들에 대한 증오심을 적절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한인 단체장은 "새벽이나 늦은 밤에 외출을 삼가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혼자 걷는 것을 피하는 등 증오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개인 보호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