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또 한 해가 저문다.
올해 만큼은 아쉬운 마음으로 12월 마지막 날을 맞이하지 않겠노라는 연초의 다짐은 어디로 사라지고 아쉬운 마음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올 한 해도 치열하게 살아 온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그 아쉬운 마음은 이별의 아쉬움이다.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보냄이 아니라 내 자신을 조금씩 과거의 시간으로 보내는 것이다. 올 한 해 치열하게 살아온 내 삶은 이제 12월 마지막 날과 함께 나와 작별한다. 보내고 싶진 않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2024년의 나는 과거의 기억에만 남아 있을 뿐 내 것이 아니란 생각에 그래서 아쉬운 마음이 더욱 아쉽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또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한 해를 숙연하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뀐다. 새해에는 이상한 숙연함이 있다. 몸과 마음도 숙연해진다. 아마도 그것은 새해엔 또 다른 도전의 삶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흔히 인생을 항해로 비유하곤 한다. 때론 파도와 물살을 뚫고 나가 거센 풍랑을 만나기도 한다. 때론 잔잔한 바다에서 쉼과 여유를 맛보기도 한다. 삶의 굴곡을 통해 인생의 깊이와 살아가는 참 맛을 느낀다. 늙어감의 유익이다. 이 유익은 목표를 세워 이뤄가는 업적이 아니다. 어제의 삶을 오늘도 살아내고 내일로 이어가는 삶의 끈질김에서 오는 유익이다. 새해의 삶도 결국 과거의 기억으로 또 다시 나와 작별하겠지만 말이다. 그 기억들이 쌓이면서 늙어감의 유익도 쌓여간다. 그래서 늙어감에도 희망을 갖는 이유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한강 작가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새해 떠 오를 태양은 오늘과 같은 태양이지만 우리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가는 해 기쁜 마음으로 보내고 오는 해 뜨겁게 맞자.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