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트럭돌진 용의자 IS 연관 가능성…'외로운 늑대' 지목

퇴치됐던 IS, 시리아 공백 틈타 재건 시동…FBI 축소시 대테러 역량 저하

새해 첫날 미국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벌어진 차량 돌진 사건으로 취임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새로운 난제가 주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역학관계의 급변에 따라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조직이 다시 세력을 키워 미국 본토 내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뉴올리언스 차량 돌진 사건의 직접적인 배후가 IS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사건의 배경은 IS 재건이라는 맥락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사 당국은 퇴역 군인 샴수드 딘 자바르(42·사망)가 이날 사건에 사용한 차량에서 IS 깃발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하면서 "자바르의 단독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다른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 출신의 퇴역 군인이 테러를 벌인 이번 사건은, 정식 조직원을 투입하기보다 현지인을 급진적 이데올로기에 감화시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만드는 IS의 새로운 전술과도 일치한다.

CNN은 "지난 몇 달간 전문가들이 IS의 외로운 늑대 포섭 시도에 대해 경고해 왔다"며 "여전히 미국의 대테러 분석가들이 IS의 전략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IS의 테러 활동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급작스러운 붕괴와 맞물려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수니파 계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는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통제하며 기승을 부렸지만, 2019년 미군과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 등에 의해 패퇴했다. 쿠르드족은 현재도 전쟁에서 포로로 잡은 IS 전사와 그 가족 수천 명을 억류하고 있다.

이에 적어도 트럼프 당선인의 1기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 시절에는 세계 곳곳에서 주기적으로 들리던 IS 테러 소식이 잦아들었다.

그러나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IS가 재기할 여지가 생겼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해 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IS는 권력 진공 상태를 좋아한다"며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현재 우리는 시리아에서 '통치받지 않는 지역들'을 목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급변하는 중동 정세는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우선시해 오던 반이민 정책이나 중국과의 패권 경쟁, 정부 효율화 등으로는 다룰 수 없는 숙제를 안길 수 있다.

일례로 트럼프 당선인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 이후 시리아에 주둔한 수천 명의 미군을 철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경우 IS의 활동 반경을 넓혀 주는 셈이 된다.

미군은 이라크에서도 2026년까지 2천500명의 주둔군을 모두 철수시킬 계획인데, 이는 조용히 세를 불리는 테러 조직의 숨통을 더욱 넓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해 온 대대적인 정부 개편 역시 FBI의 규모 및 권한 축소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대테러 역량도 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더타임스는 "이슬람 지하디스트 그룹과 시리아의 불안정한 상황이 트럼프 당선인의 결재 서류함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뉴올리언스 차량 돌진 사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를 불법 이민자의 범죄 문제와 연관 짓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용의자가 퇴역 군인 출신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긴 폭력 사건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평화가 승리하는 미래를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