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상 높은 기온 20개월째 지속
전 세계적 이상고온을 초래했던 '엘니뇨'(동태평양 적도 해수온 상승) 현상이 끝났는데도 지구 기온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지구 지표면 평균 기온은 14.06도로 집계됐다.
이는 산업화 이전 시기인 1850∼1900년의 3월 평년 기온 대비 1.6도 높은 것이다.
C3S는 지난달이 작년 3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따뜻한 3월이었다면서, 2023년 7월 이후 20개월이나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사실상 1.5도 이상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엘니뇨 현상이 작년 초 정점에 달한 뒤 잦아들고, 올해부터는 정반대로 이상저온을 일으키는 라니냐의 영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대학 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 소속 전문가 프리데리케 오토는 AFP 통신에 "아직도 산업화 이전보다 1.6도가 높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면서 "우리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C3S는 유럽의 경우 3월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2.4도나 높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강수량 불균형도 심화해 유럽 일부 지역은 '사상 가장 건조한 3월'을 겪었지만, 어떤 지역은 '사상 최악으로 습한 3월'을 경험했다고 서맨다 버제스 C3S 부국장은 말했다.
유럽 이외의 세계 곳곳에서도 이상기후가 잇따르면서 중국 베이징의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선 폭우로 16명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고 C3S는 지적했다.
C3S는 1940년부터 기후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의 기온이 최근 12만5천년간 가장 따뜻한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왔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