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21세기 세계경제 질서 위기…미중, 교역 상대국에도 파괴적 영향"
미국 "시진핑이 통화 요청해야" 압박…맷집 키운 중국, 요지부동
관세전쟁 격화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역대급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전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먼저 손을 내밀길 기다리고 있지만, 시 주석 역시 이를 내키지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세기 세계 경제를 형성하며 수년간 미국과 중국 모두 혜택을 받던 관계가 위기에 놓였다고 1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양국의 '맞불 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1기 보여줬던 '벼랑끝 전술' 수준을 넘어 훨씬 광범위하고 세율도 높다.
미 아시아소사이어티 산하 미중관계 센터의 오빌 셸은 "우리는 엄청난 열차 사고로 인한 관계 파탄을 향해 가고 있다"며 "지난 수십년간 정성껏 짜온 관계의 직물이 찢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중국은 일자리와 투자를 유치해 빈곤에서 벗어나고 중국의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미 브랜드들에도 수익성 있는 시장을 제공하던 무역 환경은 옛말이 될 수 있다.
예측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한 가지, 현재 미·중 전쟁 양상은 수십억달러 상당의 상품 흐름과 제3국 무역에 차질을 빚고, 양국 경제와 교역 상대국 모두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분열이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붕괴, 소비심리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도 매년 4천억달러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는 최대 교역국 미국과 고통스럽게 이별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시장 분석 기관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High Frequency Economics)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하기 전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됐다. 경제는 2분기에 현저히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1기를 겪은 중국으로선 어느 정도 맷집을 키운 상태다.
NYT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세계 무역 규칙을 바꾸자 당황했고, 2020년 1월 '휴전'에 합의했지만 중국은 이 합의가 자국에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중국에 관세 60%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중국에 사전 경고를 제공한 셈이 됐다. 경제학자들과 투자자들은 이를 과장으로 치부했지만, 중국은 미국에 반격할 대응책을 강구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대미 고율 관세 부과와 주요 광물 공급 차단 위협이 그 대응책이다.
위기 해소를 위해선 미국과 중국 간 정상 통화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미 CNN 방송은 백악관 당국자 2명을 인용, 미국은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중국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입장은 약 두 달간 중국에 전달됐으며, 트럼프 대통령 측은 중국에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요청해야 한다고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중국은 정상급 통화를 거듭 거부해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시 주석이 먼저 미국과의 회담에 나서면 약해 보일 것을 우려해서라도 보고 있다.
전현직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의전에 엄격한 데다, 정상급 통화에 시 주석을 준비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과 잘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산적인 대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은 CNN에 트럼프 정부가 협상을 원하는 인물의 구체적인 이름이 중국 측에 전달됐지만 중국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물밑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다가갈 방법을 모색하긴 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한정 국가 부주석을 보냈다. 한 부주석은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회동했으며, 중국은 머스크를 중재자로 새 트럼프 정부와 직접 대화 채널을 구축하길 바랐으나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애플, 테슬라, 스타벅스 등 미 기업들의 중국 내 영업을 봉쇄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소비자 반발을 고려해 철회했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 외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정부는 트럼프 1기 때 했던 미국 대신 브라질에서 콩과 농산물을 수입하는 등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